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3일 잠실 KIA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대행 체제 첫날부터 선수단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3일 잠실 KIA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대행 체제 첫날부터 선수단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야구장에서 인상쓰지 말자”,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 “허슬두의 의미를 모른다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3일 잠실 KIA-두산전은 두산의 조성환 감독대행(49) 체제로 치르는 첫 경기다. 두산은 전날(2일) 이승엽 전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에게 대행을 맡겼다.

코칭스태프부터 변화의 폭이 상당했다. 고토 고지 수석코치가 타격 파트를 병행하고, 조중근(2군 타격), 가득염(2군 투수), 김재현(2군 작전·주루) 코치가 1군으로 올라왔다. 임재현 1군 주루코치는 작전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이영수 1군 타격코치와 박정배 1군 투수코치는 2군으로 이동했다. 박석민 타격코치는 계약을 해지했다.

선수단에도 변화가 있었다. 핵심 타자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내야수 김민혁, 이선우, 김동준, 이날 선발투수 곽빈이 등록됐다.

시작부터 조 감독대행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선수들에게도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 잊지 않고 남은 시즌을 잘 치르자’고 전했다”는 그는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지금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선수들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조만간 팬들도 포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에게 ‘우리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감독대행은 한화 이글스 수비코치를 맡았던 2021, 2022년을 제외하면, 2018년부터 쭉 두산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다. 두산이 조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두산 구단관계자는 “팀이 추구하는 시스템과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코치와 감독대행은 엄연히 다른 자리다. 지휘봉을 잡은 이상 결과에 책임이 따른다. 조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져도 된다는 건 프로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며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망설이다 실수하지 말고, 과감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자’고 얘기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준비된 선수는 쓰겠다는 것이다. 또 ‘어설프게 야구하면 나도 어설프게 대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팀의 주축인 고참 선수들에게도 한 가지만 당부했다. ‘야구장에서 인상 쓰지 말자’고 전달했다.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뛸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을 대표하는 팀 컬러는 ‘허슬 두’다. 어떤 상황에든 최선을 다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 감독대행은 다시 한번 이를 강조했다. “허슬 두 만큼 좋은 의미가 있는 단어가 있을까. 그 허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포기하지 말고, 끈끈해야 하고, 하나가 돼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이라는 의미”라며 “허슬 두의 의미를 모르면 두산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팬들에게 승리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허슬 두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약속한다. 두산 특유의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