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손흥민과 헤어진 뒤 도무지 좋은 일이 없다. 보강 작업이 너무 신통치 않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은 손흥민과 헤어진 뒤 도무지 좋은 일이 없다. 보강 작업이 너무 신통치 않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지지부진한 구단의 보강 작업에 애가 타들어간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지지부진한 구단의 보강 작업에 애가 타들어간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표현 그대로 ‘하이재킹’을 당했다. 그것도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는 북런던 라이벌에게 거의 영입을 확정한 선수를 빼앗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베레치 에제의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개인 협상도 마무리됐고, 구단 간의 합의도 거의 끝난 상태였다. 세부 조율만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스널이 갑자기 뛰어들어 에제를 낚아챘다.  

볼 키핑과 드리블이 뛰어나고 연계 능력과 마무리까지 장착한 에제는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가장 원했던 2선 공격수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파이널에서도 에제는 결승골을 책임지며 팀에 사상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겼고, 유럽클럽대항전 티켓까지 선사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머뭇거린 틈을 아스널이 파고들었다.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면서 다급해진 아스널은 크리스탈 팰리스에 이적료 6000만 파운드(약 1100억 원)를 제안했고,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특히 에제는 아스널 유스에서 축구를 시작한 과거가 있다.

그야말로 토트넘은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매분, 매초마다 상황이 뒤바뀌는 혼탁한 이적시장에선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지만 라이벌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상황만큼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한다.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다. 극성 맞은 영국 언론들조차 안타까운 시선을 보낼 만큼 처참하다.

비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른쪽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데얀 클루셉스키의 장기 결장이 확실해졌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5월 무릎 수술을 받은 클루셉스키는 연말까지 그라운드를 밟기 어렵다”고 전했다.

클루셉스키는 꾸준한 출전 기회를 제공받으며 출중한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시즌 막바지에 큰 부상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크리스탈 팰리스와 EPL 경기에서 상대의 강한 태클에 오른 무릎 슬개골이 파열됐다.

토트넘에겐 최악의 소식이다. 프리시즌 한국 투어에서 ‘리빙 레전드’ 손흥민이 결별을 선언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FC로 이적한 가운데 뉴캐슬(잉글랜드)과 친선경기에선 잉글랜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십자인대를 다쳐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여기에 클루셉스키의 장기 이탈은 몹시도 치명적이다.

가장 큰 걱정은 보강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서다. 토트넘은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기민하게 움직여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했는데 그 후엔 이렇다할 소식이 없다. 모건 깁스-화이트는 영입이 거의 확정적이었다가 돌연 소속팀 노팅엄과 재계약했고, 에제는 개인 협상을 마치고도 아스널로 행선지를 틀었다.

토트넘은 다급해졌다. 자국 내 3개 대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소화해야 할 선수단 뎁스가 너무 얇다. 그럭저럭 측면은 메울 수 있지만 2선 중앙을 책임질만한 뚜렷한 카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프랑크 감독의 입에서 “이게 팀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와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할 일을 했다. 23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EPL 2라운드 원정에서 2-0으로 이겨 개막 2연승을 달렸다. 홈 개막전 번리전 3-0 대승에 이은 클린시트 연승이라 가치를 더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