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춘 3세마 클린원이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춘 3세마 클린원이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가장 어린 3세마 ‘클린원’이 11월 30일 렛츠런파크 서울 제8경주 ‘제43회 그랑프리(G1·혼OPEN·2300m·총상금 10억 원)’에서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따돌리고 2분25초2 기록으로 패권을 차지했다.

이는 2015년 볼드킹즈 이후 10년 만의 3세마 우승이자, 1998년 신세대 이후 27년 만에 나온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출발부터 결승선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는 것) 우승이었다. 1991년 가속도 이후 34년 만에 터진 9마신 차 대승에 더해, 역대 그랑프리 우승 3세마 최고 기록까지 새로 쓴 폭발적인 결과였다.

올해 그랑프리는 출전 라인업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본 원정마 유메노호노오가 단독 인기 1위로 꼽혔고, 그 뒤로 글로벌히트, 원평스톰, 강풍마 등 대상경주 강자들이 포진하며 ‘별들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누구도 이 구도를 흔들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춘 3세마 클린원이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춘 3세마 클린원이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출발 신호가 울리자 경주는 곧바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외곽 11번 클린원이 힘 있게 튀어나오며 선행을 잡았고, 뒤이어 원평스톰과 나올스나이퍼가 이를 바짝 추격했다. 세 마리는 4코너까지 견고한 선두권 그룹을 형성하며 장거리 레이스를 이끌었다. 2300m라는 부담 있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클린원은 페이스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직선주로 진입과 동시에 격차를 벌리며 승부를 확정지었다. 일방적인 독주였다. 결승선 기록 2분25초2. 역대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3세마들 중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 경주는 의미 있는 기록들이 연달아 나오며 경마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3세마들의 잠재력이 돋보였다. 우승한 클린원, 6위에 오른 원평스톰, 10위로 완주한 사탕소녀까지 모두 첫 2300m 도전임에도 안정적인 경주력을 선보이며 팬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서울 출전마들의 성장도 주목할 만했다. 강풍마는 출발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으나, 직선주로에서 강한 걸음으로 스피드영을 5마신 차로 따돌리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원평스톰은 글로벌히트를 제치고 6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고, 사탕소녀 역시 비록 10위였지만 한때 이름을 날렸던 나올스나이퍼, 석세스백파를 앞지르는 성적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

문현철 조교사는 우승 직후 “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 컨디션이 좋았고 주로와 전개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첫 출전에 첫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에 감격스럽고, 조교사로서의 마음고생도 이런 순간이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팀원들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부경 3조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춰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한 클린원.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다실바 기수와 호흡을 맞춰 11월 30일 열린 제43회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한 클린원.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다실바 기수는 “부산을 대표하는 기수로서 서울에서 열린 그랑프리에서 우승해 정말 자랑스럽다”며 “클린원이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줬고 앞으로 더 성장할 말”이라고 밝혔다.

제1회 KRA 스프린트@서울에서 우승을 차지한 매직포션과 장추열 기수.

제1회 KRA 스프린트@서울에서 우승을 차지한 매직포션과 장추열 기수.

한편 같은 날, 직전 서울 7경주로 열린 제1회 KRA 스프린트@서울(1200m)에서는 장추열 기수와 호흡을 맞춘 ‘매직포션’이 1분11초7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권 뒤에서 침착하게 경주를 풀어간 매직포션은 직선주로에 들어서자 압도적인 추입력을 발휘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실버레인을 6마신 차로 따돌리며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추열 기수는 “매직포션은 원래 선행과 앞선 전개에서 강점을 보이는 말”이라며 “장거리 경주를 뛰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스프린트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