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2026북중미월드컵을 둘러싼 ‘보이콧’ 논의가 국제 사회에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실제로 대회가 흔들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28일(한국시간) “미국을 공동 개최국으로 둔 북중미월드컵 보이콧은 논의 자체는 이어질 수 있으나,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이를 실행하려면 전례 없는 정치적 결집과 강력한 국가 주도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보이콧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 행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공습을 단행한 데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지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여기에 이민 정책과 공권력 행사에 대한 비판까지 겹치며 일부 국가와 시민사회에서 “월드컵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디 애슬레틱은 “현재까지 보이콧 논의는 주로 팬과 평론가, 일부 정치 인사들의 발언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 권한을 가진 축구협회나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관련 발언이 나오긴 했지만, 각국 축구협회 수뇌부와 정부는 빠르게 선을 그었다. 프랑스축구협회와 독일축구협회 모두 “보이콧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역사적으로도 월드컵 보이콧은 사실상 전례가 없다. 1934년과 1960년대 일부 국가의 불참 사례는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다수의 본선 진출국이 집단적으로 대회를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디 애슬레틱은 “현대 스포츠 메가 이벤트에서 유일한 실질적 보이콧 선례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라며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외교·법적 압박을 총동원해 자국 올림픽위원회를 사실상 강제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 관련 발언 수위를 낮추고 유럽과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보이콧 논의도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한 유럽 정치인은 “월드컵 보이콧은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카드”라며 “현재 상황에서 이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디 애슬레틱은 “결국 월드컵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이며, 역설적으로 그 힘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며 “트럼프를 겨냥한 압박 카드로서의 보이콧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 정치와 스포츠 산업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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