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내생애마지막아웃카운트또만났네”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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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30일 일본 도쿄 진구구장. 은퇴를 앞둔 주니치 마무리 선동열은 야쿠르트에 5-4로 앞선 9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리그 2위팀 요미우리가 요코하마에 패하면서 주니치의 우승이 확정된 상황. 하지만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꼭 이겨서 자력으로 우승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도아게(헹가래) 투수’는 당연히 선동열의 몫이었다. 안타와 볼넷으로 1·2루 위기를 자초한 선동열 앞에 야쿠르트 용병 4번타자가 들어섰다. 일본 진출 첫 해부터 홈런 44개를 때려내며 리그 홈런왕을 예약했던 거포. 승부는 끈질기게 이어졌다. 파울 타구가 숱하게 나왔다. 결국 승자는 선동열이었다. 마지막 타구는 2루수 쪽으로 높이 떠올랐고, 선동열은 팀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 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로부터 9년 후. 삼성 감독을 맡고 있는 선동열은 추억 속의 상대와 재회하게 됐다. 로베르토 페타지니(37). 그가 LG의 새 용병으로 한국 무대를 밟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13일 마산 롯데전에 앞서 “페타지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라며 껄껄 웃었다. 기분 좋은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1년간 지켜봤던 페타지니의 장단점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선 감독은 “높은 공, 특히 몸쪽 공에는 약점이 많았지만 낮은 공은 아주 잘 때려내는 타자”라면서 “용병 치고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아주 강했다”고 했다. 비록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페타지니는 한국 무대 첫 타석에 서기도 전에 만만치 않은 적수를 만난 셈이다. 마산=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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