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않은라쿠텐스카우트

입력 2008-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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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두산과 3위 한화의 맞대결이 펼쳐진 20일 대전구장. 경기 개시를 3시간여 앞둔 오후 3시 무렵 일본에서 온 손님들이 한화 덕아웃을 찾아 김인식 감독에게 인사를 건넨데 이어 구단 관계자들의 안내로 잠시 기자실에 들른 뒤 홈플레이트 뒤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편성본부 국제담당 아베 히로시와 1980년대 삼성에서 활약한 재일교포 송일수였다. 알려진 대로 이들은 17일 입국해 이튿날 잠실 롯데-LG전을 지켜본 라쿠텐의 스카우트 일행. 방한 목적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기에 앞서 사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함이다. 잠실에서는 롯데 에이스 손민한을 관찰했고, 이날은 한화의 용병듀오 더그 클락과 브래드 토마스를 확인하기 위해 대전구장 나들이에 나섰다. 물론 이들은 라쿠텐의 ‘쇼핑리스트’에 추가적으로 어떤 선수들이 더 올라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저 클락과 토마스에게 관심 있다는 의사 정도만 내비쳤을 뿐 지난해 말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후 일본 진출을 추진한(구체적으로는 라쿠텐 입단) 두산 김동주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한국의 간판급 선수들에 대한 관심 표명이 불러올 역효과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로 두산을 비롯한 일부 국내 구단은 일본 구단의 시즌 도중 스카우트 관련 행위에 대해 ‘탬퍼링’(사전접촉)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쿠텐 스카우트 일행의 방문에 대해 한화 김인식 감독은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수준급 용병이라면 붙잡아둘 수 있도록 우리도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요 근래 한국 구단들도 쓸만한 외국인선수 수급에 여간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일본 구단들이 이처럼 시즌 도중 제집 안방처럼 한국의 야구장을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한다면 한국프로야구는 용병들의 중간기착지쯤으로나 전락하지 않을까.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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