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상.스포츠동아DB
폭죽이 터집니다. 투수와 포수가 달려가 얼싸안습니다. 동시에 붉은색 점퍼를 입은 사나이들이 덕아웃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포옹하는 배터리는 곧 네 명의 내야수들에 둘러싸이고, 그 주위를 다시 수많은 동료들이 겹겹이 에워쌉니다. 1초라도 더 빨리 그들과 몸을 부딪치기 위해 달려오면서, SK 박재상(27·사진)의 심장은 벅차게 뜁니다. “마치 공중에 붕 뜬 것 같아요. 머릿속부터 하얘지고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마 그 기분 모를 거예요.” 2007년과 2008년. SK가 한국시리즈 왕좌에 오르던 그 순간, 박재상은 외야의 푸른 잔디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01년 신인 2차 9번. “프로에 지명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뒤로 처졌던 순번입니다. 실제로도 한 때는, 오매불망 1군만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단 6년째인 2006년, EBS ‘다큐 극장-맞수’의 주인공이 바로 박재상이었거든요. 부제는 ‘청춘 찬가, 내일의 홈런왕’. 1군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2군 선수의 애환을 대변해야 했죠. 어쩌면 이 때 박재상은 처음으로 ‘빛’을 경험했는지 모릅니다. 몇 개월 후에는 데뷔 후 첫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냥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준 것뿐인데…. 사실 아무도 못 보고 지나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2007년에 SK가 우승한 이후 몇몇 팬들이 그 얘길 꺼내며 반가워하더랍니다. “1년 전에 TV에서 봤던 그 선수네요. 결국 해냈군요.” 박재상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름 석자를 새겨갔습니다.
이제 먼 기억이 돼버린 2군 생활. 그래도 그는 여전히 김강민, 조동화와 함께 했던 입단 초기의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서로 속 깊은 고민을 나눴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주저앉지 말자”고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그리고 웃으며 말합니다.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할 때는 너무나 힘이 들고 괴롭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기에 견딜 수 있었어요.”
땀으로 일군 한 시즌은 점점 끝을 향해 치닫습니다. 박재상은 이제 SK의 운명이 걸린 플레이오프 5차전을 준비합니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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