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가을이야기]날개접은조웅천의가을…내년은있다

입력 2009-10-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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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렸던 1군 복귀. 6월11일부터 25일까지 딱 5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온 2군행 통보. “재활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내가 있을 곳은 1군’이라 생각했기에 두 번째 좌절은 더 큽니다.

그리고 며칠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늘 건강해 보였던 아버지가 폐암 판정을 받았답니다. 재활이고 뭐고, 야구에 대한 의지마저 사라져 버릴 지경입니다. SK 조웅천(38·사진)이 “내 인생 최악의 1년”이라고 표현한 2009년은, 그렇게 암흑으로 치닫습니다.

처음입니다. 이렇게 오래 2군에 머문 게 말입니다.

“하루하루가 낯설고 적응이 안 됐죠. 세상 일이 참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나 할까요.” 원인은 퇴행성관절염.

팔꿈치는 몇 번 아파봤어도 어깨가 말을 안 듣는 건 처음이라 두렵고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게다가 열심히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 봐도, 시간은 마음과 반대로 천천히 흐릅니다. ‘빨리 나아서 1군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늘 발목을 잡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피칭을 서둘렀다가, 또다시 아프면 의지가 약해지고 포기를 생각했다가…. 그걸 반복했던 것 같아요. 아픈 선수들의 심정이란 게 어떤 건지 새삼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어깨에 말을 걸었습니다. 데뷔 후 1군에서만 1만7698개의 공을 던지고, 지난해까지 13년 간 매년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오르게 해줬던, 오른쪽 어깨 말입니다.

“이렇게 오래 잘 버텨줘서 고맙다.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아픈 게 당연하지. 하지만 딱 한 번만 더 고생해보자. 우리 이렇게 끝날 수는 없잖니.” 처음으로 함께 할 수 없는 가을잔치를 앞두고도,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인천의 영광을 마음 깊이 응원하겠답니다.

후배들이 플레이오프 준비에 한창인 사이, 조웅천은 실내훈련장에서 재활에 매진합니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아버지를 간호하러 갑니다. 수컷 웅(雄), 하늘 천(天). ‘남자답게 싸워 이겨 영광을 얻는’ 운명을, 아들에게 이름지어준 아버지입니다.

“사실 ‘여기서 야구를 포기해도 아쉬움이 없다’고 생각하던 때에 아버지 때문에 다시 마음을 잡았어요.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우뚝 선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말이죠.”

그리고 그는 굳게 약속합니다. 지금은 잠시 날개를 접었지만, 머지않아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겠다고 말입니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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