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숨겨져 있는 것들이 있는데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닙니다. 쉽게 말해 막전막후, 뭐 이런 것인데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무척재미있습니다. 각종 루머와 추측기사들이 난무하는 게 이 때 쯤인데, 그렇다면 과연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한마디로 버블입니다. 버블 속에서 있으면 정작 바깥에서 돌아가는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렵다는데 트레이드 마감을 앞둔 메이저리거들은 지원한 대학의 발표를 기다리는 입시생들을 연상하면 될 듯합니다. 트레이드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울 수밖에요. 그건 고액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전트들을 통해서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본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리 크게 도움받는 케이스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드 대상 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졌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느 한 트레이드가 성사되면 팀내 자기 보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새로운 선발투수를 영입한다면 5선발투수의 보직은 롱맨으로, 롱맨은 마이너로 내려가게 되는 연쇄반응이 생기겠죠. 트레이드 마감일이 가까워지면서 의존할 수 소식통들은 현지 일간지 기자들입니다.특히 광범위한 정보망을 갖고 있는 베테랑급 기자들의 정보는 슈퍼 에이전트보다도 더 정확하고 신속하답니다. 서재응 선수를 예로 들면 주기적으로 어느 팀에서 서재응 선수에게 관심있다는 걸 귀뜸해줬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트레이드마감일에 대해 좋은 추억보다는 좋지않은 기억이 많습니다. 2005년 뉴욕 메츠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애틀랜타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메츠는 크리스 벤슨을 영입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경기 3시간전쯤 타이 위긴턴이 짐을 싸기 시작하더라구요. 물론 그 순간 트레이드가 성사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위긴턴이 클럽하우스를 나서기가 무섭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전화였습니다.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서재응 선수의 입지와 관련해서는) 걱정할 거 없다고 얘기해줬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전해주는 뉴스는 절망적이었습니다. “크리스 벤슨 트레이드가 끝이 아니야. 빅터 삼브라노도 트레이드해서….” 삼브라노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가슴이 철렁. 그날 경기후 서재응 선수와 댄 휠러는 트레이드는 되지 않았지만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서재응 선수와 함께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었습니다. 서재응 선수는 한달 이후에야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스콧 카즈미어를 내주고 빅터 삼브라노를 영입한 짐 두켓 단장도 결국에는 그날 결정의 후폭풍으로 옷을 벗게 됐습니다. 이걸 보면 트레이드 마감일은 선수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단장들에게도 헤어나올 수 없는 함정입니다. -대니얼 김 -스포츠동아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