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코리안 몬스터’는 흔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오랜만에 맞이하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3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2볼넷 8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에이스’의 역투를 앞세운 토론토가 2-1로 이겨 2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류현진은 과거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팀원들의 주루사와 실책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해냈다.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회를 4타자만 상대하며 무난하게 넘긴 류현진은 2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우전안타를 내줬는데, 높이 뜬공이 2루수 조나단 비야와 우익수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 사이에 떨어졌다.
문제는 다음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코리 디커슨을 2루수 쪽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충분히 병살로 연결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2루수 비야가 2루 악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무사 1·2루 핀치가 찾아왔다.
실점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특급 대처능력을 보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루이스 브린슨을 내야땅볼로 잡은 뒤 계속된 1사 2·3루 위기서 호르헤 알파로와 재즈 치스홈을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류현진은 4회까지 순항했다.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명품 변화구로 타자들의 헛스윙과 범타를 이끌었다. 5회 3연속안타로 1실점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6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지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빈약한 수비지원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에게 팀 타선마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주루사에 견제사(2번)까지 겹치며 에이스의 어깨를 무겁게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토론토 타선이 뽑아낸 점수는 2점에 불과했다.
토론토는 7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해 어렵게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줬다. AJ 콜~라파엘 돌리스~앤서니 배스가 각각 1이닝 무실점으로 최종 2-1 승리를 완성했다. 류현진은 시즌 3승(1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역시 2.92에서 2.72로 낮췄다.
경기 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오늘은 류현진 덕분에 이긴 경기”라고 총평했다. 이어 “동료들의 실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는데, 매우 뛰어났다”며 “그게 바로 에이스”라고 극찬했다.
류현진 역시 본헤드 플레이를 범한 동료들을 감싸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이어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야수들이 일부러 아웃되려 한 게 아니다. 노력하다 상대팀 예측에 당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겼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