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에선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조상현 감독(47)의 지휘 하에 LG의 팀 컬러는 확연히 달라졌다.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리그 최소실점(76.6점)을 기록한 게 가장 눈에 띈다. 평균득점(80.2점)은 5위에 불과하지만,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비며 실점을 최소화한 덕분에 이기는 농구가 가능했다. 평균득점 6.8점인 윤원상이 팀 내 출전시간 2위(25분45초)인 것도 수비를 중시하는 팀 컬러를 잘 보여준다. 선두 안양 KGC(34승12패)에는 3.5게임차로 뒤지지만, 굳건하게 2위(30승15패)를 달리고 있는 비결이다.
적극적 로테이션을 통해 주축 멤버들의 체력소모를 최소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플레이는 LG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다. 개성이 강한 이관희를 혹독하게 조련하며 팀 농구에 녹아들도록 한 것도 조 감독이다. LG에서 평균 출전시간 30분을 넘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무려 13명이 10분 이상을 뛰고 있다. 한 경기에 등록 가능한 엔트리가 총 12명임을 고려하면, 그만큼 LG의 선수 기용폭이 넓었다는 뜻이다.
평균득점 15점을 넘긴 선수도 없다. 아셈 마레이(14.9점), 이재도(12.6점), 이관희(11점)만이 경기당 10점 이상을 뽑고 있다. 단테 커닝햄(8.8점), 김준일(8.6점)이 그 뒤를 잇는다. 확실한 득점원의 존재감이 부족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누구든 에이스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사진제공 | 창원 LG
그 덕에 팀당 5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를 버틸 힘이 생겼고, 4일 수원 KT전에서 84-67 승리를 거두며 4시즌 만에 PO 진출을 확정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1경기 출전이 고작이었던 김준일의 복귀, 아킬레스건이었던 2옵션 외국인선수 교체 외에는 지난 시즌과 멤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조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한결같이 “성적은 6라운드에 받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LG를 장기적인 강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 프로세스는 9경기를 남겨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