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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령탑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눈치다. SK 전희철 감독은 6강 PO 2차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 연승 기간 뒤집기가 쉽지 않은 경기들도 많았는데,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대단한 것 같은데 진짜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이런 경기(역전승)를 하면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선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선수들이 매 경기 시작부터 잘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유가 있다. 팀을 이끌어가는 사령탑으로선 후반과 같은 경기력을 매 경기 1·2쿼터부터 발휘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고, 교체를 통해 주전들의 체력소모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SK 선수들은 이상하리만치 경기 초반에는 주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선수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SK 전희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팀 색깔이 이렇게 굳어지면서 SK에는 ‘역전의 명수’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정규리그 5·6라운드(18경기)에서 3쿼터까지 뒤지던 8경기 중 6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1·2쿼터로 기준점을 바꾸면 역전승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정규리그 4라운드까지는 3쿼터까지 밀린 경기가 18번이었고, 이 중 6번을 승리했다. 정규리그 막판 역전승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음이 수치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SK는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4강 PO(5전3선승제)에선 6강 PO를 건너뛴 멀티 플레이어 최준용의 복귀 가능성이 있어 가용자원도 확대될 수 있다. 막강한 뒷심으로 무장한 SK가 PO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