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웅(왼쪽), KT 허훈. 사진제공 | KBL, 스포츠동아DB
KT와 KCC의 만남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얽혀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허훈(29·KT)-허웅(31·KCC) 형제의 맞대결이다. 둘이 파이널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허훈은 프로 데뷔 이후 첫 챔피언 결정전 출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둘이 현재 한 집에 산다는 것이다. 허훈은 지난해 군국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별도의 집을 마련하지 않았다. 팀 숙소와 허웅의 집을 오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숙소보다는 형의 집에 더 자주 머물렀다. 25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친 뒤 허훈은 허웅에게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할 거야”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처럼 코트 밖에선 둘도 없이 가까운 형제지간이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기간만큼은 적으로 살아야 한다.
형제 대결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크다. 이에 허웅은 “형제 대결을 챔피언 결정전에서 하게 됐다는 게 가문의 영광이다. 서로 힘들게 올라왔다. (허)훈이가 플레이오프(PO)에서 작지 않은 부상을 당했다”며 “파이널 무대에선 최선을 다해 서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좋겠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훈은 “우승이 간절하다. 죽기 살기로 할 것이다. 형과의 챔피언 결정전이지만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멋있는 플레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둘 모두 모범답안을 말했지만, 승부에는 양보가 없는 만큼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KCC 전창진 감독은 지난해 여름 형제와 함께 식사했던 에피소드를 전하며 형이 많이 양보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선 더 다부지게 경기를 해주길 바라기도 했다.
허훈은 프로 데뷔 직후부터 늘 형제 대결에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허웅도 크게 밀리진 않았다. 이에 대해 허훈은 “그런 부분보다 KCC의 기세가 너무 좋다”면서도 “LG와 4강 PO에서 짠물 수비에 고생했는데 KCC의 수비가 그 정도는 아닐 것 같다. KCC가 PO 들어 상대 가드 수비에 캘빈 제프리 에피스톨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데, 상무 시절 D리그에서 (에피스톨라와) 격돌해봐서 스타일을 잘 안다. 정규리그에서 내가 잘했을 때 KCC전 결과가 좋았다. 더 준비하고, 마지막에 웃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