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협의해 결정하겠다."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55)이 이천수(27)의 거취 문제에 대해 여운을 남겨 관심이 모아진다.
차 감독은 9일 오후 2시50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2008 삼성하우젠 K-리그 대상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뒤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천수를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용하려고 생각했는데 부상 등 여러가지 이유로 출전시키지 못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 활약을 지켜보고 영입을 결정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구단과 협의를 거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수원에서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지난 8월 후반기 K-리그를 앞두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페예노르트에서 임대영입한 이천수(27)의 거취에 대한 문제였다.
차 감독의 요청으로 수원 유니폼을 입은 이천수는 줄부상으로 후반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던 수원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천수는 잦은 부상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생활로 인해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고,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가진 훈련 중 다시 부상을 당하며 결국 출전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원과 차 감독이 이천수를 더 이상 잡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차 감독은 직접적으로 이천수가 부진했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동안의 활약을 보고 영입을 결정할 생각이었다"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이미 그를 잡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뜻깊은 상을 받은 차 감독은 "그동안 많이 힘든 순간을 거쳐서 그런지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며 "나는 정말 행복한 감독이다. 최고의 팬과 선수, 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수원이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4년 수원 감독에 부임한 차 감독은 그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스틸러스를 꺾고 리그 우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2005년 주전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실패의 수모를 당했고, 리그 10위까지 떨어지며 급기야 서포터스 ´그랑블루´로 부터 퇴진압력을 받기도 했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색폭격기´, ´차붐´ 등의 별명을 들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차 감독으로서는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차 감독은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돼 왔다. 현역시절 벤치에 앉은 기억도 별로 없고 순탄한 길만 걸어왔다. 늘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달려왔는데 그런 평가들이 ´차범근´이라는 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감독을 하며 많은 시련과 영광을 겪었다. 이미 짜여진 틀을 깨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내 스스로 마음을 열었다. 이로 인해 놀라운 경험을 했고 더불어 성공할 수 있었다. 나를 다시 운동장에 설 수 있게 도와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감독으로서 참 많이 배운 한 해였다. 올해의 경험이 앞으로 남은 지도자 인생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제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 팬들의 성원에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차 감독은 시상식 전 옆자리에 앉은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58)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예전부터 경기장에서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 귀네슈 감독이 밝혔던 대로 나 역시 서울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챔피언결정전은 유럽축구 못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인 대회였다는 생각을 나눴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