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독립기념관과 빵지순례 1티어, 천안 나들이(2)

입력 2024-06-23 16: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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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의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총독부 중앙 첨탑 부분을 지하 5m 깊이로 반 매장하여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했다. 또한 독립기념관 주 건물인 겨레의 집 서쪽, 해가 지는 위치에 조성해 일제 식민 통치의 몰락과 식민잔재 극복 및 청산을 강조하였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독립기념관의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총독부 중앙 첨탑 부분을 지하 5m 깊이로 반 매장하여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했다. 또한 독립기념관 주 건물인 겨레의 집 서쪽, 해가 지는 위치에 조성해 일제 식민 통치의 몰락과 식민잔재 극복 및 청산을 강조하였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안은 수도권 전철로 저렴하게 갈 수 있고, KTX와 고속버스, 개인차량 이동이 모두 편한 교통 요지다. 그런데 이에 따라 오히려 여행지가 주는 설렘과 신비감은 떨어지는 손해를 종종 본다.
하지만 천안은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가진 매력적인 고장이다. 여름 무더위를 식히면서 아이들과 숲속 액티비티도 즐기는 멋진 휴양림이 도심 근교에 있다. 시내 복판에는 깜짝 놀랄 작품들을 만나는 예술적 감흥 충만한 조각공원이 있다. 독립기념관에선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근현대사의 자취를 돌아볼 수 있고, 요즘 인기인 ‘빵지순례’의 강자도 있다.

●일제 총독부 철거 부재가 이곳에, 독립기념관
독립기념관은 천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 보존, 전시, 조사. 연구하는 시설로 1987년 8월15일 건립했다.
독립기념관의 주 건물인 겨레의집 뒤 3.1 문화마당을 중심으로 6개의 전시관이 반원을 그리고 있다. 제1관 겨레의 뿌리관을 시작으로 마지막 제6관 새 나라 세우기 주제관까지 각 전시관이 연결되어 있다. 유물과 문헌, 각종 전시물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구성이다.
독립기념관 주 건물인 겨레의집. 길이 126m, 폭 68m로써 축구장만한 크기로 높이는 15층 높이(45m)에 이르는 동양최대의 기와집이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독립기념관 주 건물인 겨레의집. 길이 126m, 폭 68m로써 축구장만한 크기로 높이는 15층 높이(45m)에 이르는 동양최대의 기와집이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독립운동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체험도 운영한다. 가상의 통일된 대한민국 남북 청년들이 통일기념 세계자동차경주대회에 함께 출전해 우승한다는 ‘코리아 랠리’를 4D 영상으로 입체영상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 3.1만세운동의 현장, 아우내장터만세운동, 독립군단 등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별스튜디오도 있다.

워낙 유명하고 학생들의 체험학습이나 각종 단체여행에서도 거의 필수코스여서 무척 익숙한 곳이지만 찾을 때마다 늘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곳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그동안 이곳에 있는 줄 몰랐던 전시 공간을 새로 알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바로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다.

일제는 1910년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고 식민 통치기구로 조선총독부를 설치했다. 1926년 경복궁 건물을 일부 헐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짓고 이전해 1945년 8월 15일 패망할 때까지 19년간 청사로 썼다. 광복 후 조선총독부 건물은 미군정청, 대한민국 정부 청사,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철거했다. 이때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부재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전시한 것이 지금이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다.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부재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전시하고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부재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전시하고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전시는 총독부의 중앙 첨탑 부분을 지하 5m 깊이에 반 매장하여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하였다. 또한 독립기념관의 주 건물인 겨레의 집 서쪽, 즉 해가 지는 위치에 조성해 일제 식민 통치의 몰락과 함께 식민잔재 극복 및 청산을 강조하였다. 안내한 해설사에 따르면 그런 의미에서 조경 역시 잡초가 자라도 따로 다듬거나 손질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황량하게 버려진 그리스 신전의 유적 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공원에 서 있으면 역사의 소리 없는 묵직한 울림이 마음으로 전해 온다.

아쉬운 점은 이처럼 의미 있는 공간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독립기념관에 있었음에도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전시 공간이 야외인데다 주요 6개 전시관의 동선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독립기념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이곳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독립기념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지만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같은 야외 전시는 개방하고 있다.
천안 목천읍에 있는 이동녕 선생 생가지를 견학하는 학생들과 선생의 동상. 2005년 개관한 생가지 앞에는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이 2010년 문을 열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안 목천읍에 있는 이동녕 선생 생가지를 견학하는 학생들과 선생의 동상. 2005년 개관한 생가지 앞에는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이 2010년 문을 열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동녕 생가지와 기념관
천안이 낳은 독립 유공자로 유관순 열사와 함께 대표적인 인물이 석오 이동녕 선생이다.
이동녕 선생은 1869년 천안 목천읍 동리에서 태어났다. 독립협회 가입을 시작으로 언론과 교육활동, 청년회 조직 등을 통해 개화민권, 항일구국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조국 독립과 민권국가 건립에 생애를 바쳤다. 3.1운동 후 임시정부 수립의 주역으로서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으로 국호, 임시헌법, 관제 제정, 민주 공화정부 수립을 선포하였다. 이후 194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의정원의장, 국무총리, 국무위원, 주석 등을 맡았다.

천안 목천읍 이동녕 선생 생가지는 2005년 12월 보수와 정비하고 우물, 포토존 등의 구조물을 추가했다. 생가지 앞에 있는 기념관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선생의 친필 휘호, 친필서신, 임시정부 문서, 초상화, 사진 등의 유품이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앞에는 선생께서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로 자주 인용한 ‘山溜穿石’을 새긴 휘호석이 있다.
또한 이곳은 천안의 대표적인 왜가리 서식지다.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관찰대가 설치되어 있다. 생가지와 기념관을 돌아보다 보면 머리 위로 시원스러운 날갯짓 하며 날아가는 왜가리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백석대 ‘산사 현대시 100년관’의 전시 공간 중 하나인 시인의 표정. 카메라에 담긴 시인들의 생생한 표정을 전시하고 있는데,  앞의 터치 스크린을 통해 시인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ㅏ.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석대 ‘산사 현대시 100년관’의 전시 공간 중 하나인 시인의 표정. 카메라에 담긴 시인들의 생생한 표정을 전시하고 있는데, 앞의 터치 스크린을 통해 시인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ㅏ.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시의 은은한 향기, 백석대 현대시 100년관
백석대 창조관 12층에 있는 ‘산사 현대시 100년관’은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현대시의 지나온 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문학평론가 산사(山史 )김재홍 교수의 기증한 자료 1만6000여 점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2013년 11월 문을 열었다. 한국 현대시 태동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집 초판본과 원로 및 중진 시인들의 초상 시화, 주요 화가들이 그린 시화 등을 주제별로 1관에서부터 4관까지 전시하고 있다.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김동환의 ‘국경의 밤’ 등 교과서에서 접했던 시인들의 시집을 비롯해 육필 병풍, 육필 원고, 시인들의 인터뷰 영상 등 시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전시가 있다.
대학 캠퍼스 내에 있지만 누구나 방문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단체관람은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천안의  지역 대표 빵집 뚜쥬르의 빵돌가마점.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나온 호비턴 마을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주말에는 빵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안의 지역 대표 빵집 뚜쥬르의 빵돌가마점.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나온 호비턴 마을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주말에는 빵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천안 빵지순례 1티어, 뚜쥬르 빵돌가마 마을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요즘 여행의 인기테마 중 하나이다. 그 대표적인 명소가 바로 대전 성심당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같은 충청권인 천안에도 지역 자존심을 지켜줄 ‘빵지순례’ 1티어 명소가 있다.

뚜쥬루는 천안 대표 빵집으로 이 지역에만 성정점, 거북이점, 갤러리아점, 빵돌가마점 네 곳의 매장이 있다. 언뜻 모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에는 꽤 깊은 사연이 숨겨져 있다. 오죽하면 빵돌가마점에 아예 상호와 관련된 사연과 억울함(?)을 소개하는 별도 공간을 만들었을 정도다.
뚜쥬루는 2013년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빵돌가마를 도입해 빵을 굽고 있다. 빵돌가마마을은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나온 호비턴 마을을 연상시키는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주말에 빵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빵마을 카페는 빵돌가마에서 빵을 굽거나 개방형 주방에서 빵 굽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밀밭을 바라보며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쫄깃한 식감이 중독성 강한 돌가마브레드다. 돌가마를 사용해 빵의 풍미와 식감을 살렸는데, 워낙 인기가 높고 하루 구울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1인당 1개만 살 수 있다. 그 외 빵돌가마에서 굽고, 뚜쥬르에서 직접 끓인 천안 팥이 들어간 돌가마 만주와 천연효모를 14시간 이상 발효한 거북이 빵도 인기다.
뚜쥬르의 대표 메뉴인 돌가마브레드. 돌가마를 사용해 빵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살렸는데, 워낙 인기가 높고 하루 구울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1인당 1개만 살 수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뚜쥬르의 대표 메뉴인 돌가마브레드. 돌가마를 사용해 빵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살렸는데, 워낙 인기가 높고 하루 구울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1인당 1개만 살 수 있다. 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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