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갈까, 아니면 계곡으로 갈까.’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놓고 고민을 하듯 피서지를 정할 때면 늘 이런 고민을 한다. 탁 트인 해안선과 시원한 파도가 치는 바다도 매력이지만, 짙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숲과 그 사이를 흐르는 차가운 계곡물의 상쾌함도 못지 않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피서 여행지로 추천하는 충북의 계곡 네 곳을 정리했다.
●상류부터 유리알 같은 맑은 물, 영동 물한계곡
충북, 전북, 경북이 모인 삼도봉과 준령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곡과 영동의 최고봉 민주지산과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계곡이 합쳐져 또 다른 계곡을 형성했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km에 길이가 꽤 길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맑은 물이 흐르는 여름 피서지다.
특히 황룡사 인근이 물한계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폭포와 크고 작은 바위,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대해리의 홀목은 기암괴석의 협곡을 지나 작은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 물을 마치 큰 바가지에 받는 것처럼 생긴 지형이다. 이곳 역시 마을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비경이다.
물한계곡은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밀림같이 우거진 숲도 만날 수 있다. 황룡사 입구에서 잣나무 숲까지 왕복 3.4km 구간은 시원한 숲길 산책 코스다.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으로 향하는 등산로인데, 거의 평지와 같은 완만한 오름길이라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신선이 노닐던 곳, 단양 선암계곡
선암계곡은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서 대잠리까지 약 10km 에 걸쳐 있다. 계곡 어디에서나 야영 및 물놀이가 가능한 여름철 휴양다. 선암계곡은 신선이 노닐다간 자리라고 단양 군수였던 퇴계 이황이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 이름 지었다. 59번 국도와 나란히 있어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맑은 물과 눈부시게 하얀 너럭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삼선구곡의 첫 경승지로 둥글고 커다란 바위를 하선암이라 한다. 하선암에는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가 넓게 마당을 내어주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바위(佛岩)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계절마다 하선암을 화폭에 담기 위해 조선시대 많은 화원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삼선구곡의 중심지인 중선암은 계곡이 씻어낸 하얀 바위들이 옥빛 계류와 선연한 대조를 이루는 경승지이다. 신비로운 풍경에 반한 옛 선인들은 바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게 새겨놓고 떠나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만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단양, 영춘, 제천, 청풍 네 개의 군중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씨가 더욱 돋보인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마지막 경승지인 상선암은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가 서로 모여 있는 풍경이 하선암, 중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박하지만 멋스럽다. 중선암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상선암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계곡 주변에 소선암 자연휴양림, 소선암 오토캠핑장, 하선암 카라반 야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폭포부터 단애까지, 제천 송계계곡
송계계곡은 월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여름에도 무척 시원하다. 계곡 주변에 있는 월광폭포, 학소대, 자연대, 청벽대, 와룡대, 팔랑소, 망폭대, 수경대 등은 송계팔경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송계계곡 첫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대는 맑은 계곡물과 넓은 암반, 깊은 소가 인상적이다. 도로변에 있는데도 길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성한 숲에 가려진 ‘제천의 아마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월광폭포는 3단 폭포로 두개의 물줄기는 30m에 이른다. 수경대는 주변에 흐르는 물이 거울과 같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신라시대부터 월악신사를 설치하고 제천하던 곳이다. 학소대는 한 쌍의 학이 월악산을 오가며 살았다는 곳이며, 덕주사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보이는 단애(절벽)로 층층의 바위와 주변의 작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망폭대는 기암 정상에서 내려다본 송계8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폭포를 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폭대 바위 위에는 적반송 한 그루가 수 백 년 풍상을 견뎌내고 서있어 사람들은 그 나무를 속리산 정2품송에 이어 ‘월악산 정3품송’ 이라 부른다고 한다.
와룡대는 용이 승천하였다고 전하는 수심 5m의 깊은 웅덩이이며, 팔랑소는 200여 평의 화강암 반석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곳으로 옛날 하늘나라 8공주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팔랑소는 맑고 깨끗하지만 많이 깊지는 않아 휴식하기 안성맞춤이다.
●송시열의 유적, 괴산 화양구곡
화양구곡은 괴산군 속리산국립공원에 있는 화양천을 중심으로 약 3㎞에 걸쳐 있는 아홉 계곡이다. 하류에서부터 순서대로 1곡부터 9곡까지 있으며, 하천 주변은 가령산, 도명산, 낙영산, 조봉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조선 중기에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화양구곡의 시작은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구름이 맑게 비치는 제2곡 운영담을 지나면 동그란 구멍이 무늬처럼 새겨진 제3곡 읍궁암, 제4곡 금사담으로 이어진다. 이 일대가 바로 송시열 유적지로 인근에 복원된 만동묘와 화양서원도 송시열과 관련이 깊다.
계곡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큰 바위가 첩첩이 쌓인 제5곡 첨성대, 구름을 찌를 듯 높다는 제6곡 능운대가 나온다. 용이 누워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는 제7곡 와룡암과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제8곡 학소대를 지나면 마지막 지점인 제9곡 파천(혹은 파곶)이 나온다. 파천은 흰 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흐르는 물결이 용의 비늘을 꿰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화양구곡은 수려한 경관과 조선시대의 유교 유적이 있어 역사적, 환경적 가치를 두루 지닌 공간이다. 2014년 8월 28일 대한민국의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계곡과 숲길 산책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영동 물한계곡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충북, 전북, 경북이 모인 삼도봉과 준령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곡과 영동의 최고봉 민주지산과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계곡이 합쳐져 또 다른 계곡을 형성했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km에 길이가 꽤 길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맑은 물이 흐르는 여름 피서지다.
특히 황룡사 인근이 물한계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폭포와 크고 작은 바위,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대해리의 홀목은 기암괴석의 협곡을 지나 작은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 물을 마치 큰 바가지에 받는 것처럼 생긴 지형이다. 이곳 역시 마을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비경이다.
물한계곡은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밀림같이 우거진 숲도 만날 수 있다. 황룡사 입구에서 잣나무 숲까지 왕복 3.4km 구간은 시원한 숲길 산책 코스다.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으로 향하는 등산로인데, 거의 평지와 같은 완만한 오름길이라 누구나 걸을 수 있다.
단양팔경에 속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는 단양 선암계곡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선암계곡은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서 대잠리까지 약 10km 에 걸쳐 있다. 계곡 어디에서나 야영 및 물놀이가 가능한 여름철 휴양다. 선암계곡은 신선이 노닐다간 자리라고 단양 군수였던 퇴계 이황이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 이름 지었다. 59번 국도와 나란히 있어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맑은 물과 눈부시게 하얀 너럭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삼선구곡의 첫 경승지로 둥글고 커다란 바위를 하선암이라 한다. 하선암에는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가 넓게 마당을 내어주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바위(佛岩)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계절마다 하선암을 화폭에 담기 위해 조선시대 많은 화원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삼선구곡의 중심지인 중선암은 계곡이 씻어낸 하얀 바위들이 옥빛 계류와 선연한 대조를 이루는 경승지이다. 신비로운 풍경에 반한 옛 선인들은 바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게 새겨놓고 떠나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만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단양, 영춘, 제천, 청풍 네 개의 군중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씨가 더욱 돋보인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마지막 경승지인 상선암은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가 서로 모여 있는 풍경이 하선암, 중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박하지만 멋스럽다. 중선암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상선암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계곡 주변에 소선암 자연휴양림, 소선암 오토캠핑장, 하선암 카라반 야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제천 송계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피서객들. 아기자기한 풍광이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송계계곡은 월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여름에도 무척 시원하다. 계곡 주변에 있는 월광폭포, 학소대, 자연대, 청벽대, 와룡대, 팔랑소, 망폭대, 수경대 등은 송계팔경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송계계곡 첫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대는 맑은 계곡물과 넓은 암반, 깊은 소가 인상적이다. 도로변에 있는데도 길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성한 숲에 가려진 ‘제천의 아마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월광폭포는 3단 폭포로 두개의 물줄기는 30m에 이른다. 수경대는 주변에 흐르는 물이 거울과 같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신라시대부터 월악신사를 설치하고 제천하던 곳이다. 학소대는 한 쌍의 학이 월악산을 오가며 살았다는 곳이며, 덕주사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보이는 단애(절벽)로 층층의 바위와 주변의 작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망폭대는 기암 정상에서 내려다본 송계8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폭포를 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폭대 바위 위에는 적반송 한 그루가 수 백 년 풍상을 견뎌내고 서있어 사람들은 그 나무를 속리산 정2품송에 이어 ‘월악산 정3품송’ 이라 부른다고 한다.
와룡대는 용이 승천하였다고 전하는 수심 5m의 깊은 웅덩이이며, 팔랑소는 200여 평의 화강암 반석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곳으로 옛날 하늘나라 8공주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팔랑소는 맑고 깨끗하지만 많이 깊지는 않아 휴식하기 안성맞춤이다.
수려한 경관과 조선 시대 유교 유적이 함께 있는 괴산 화양구곡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화양구곡은 괴산군 속리산국립공원에 있는 화양천을 중심으로 약 3㎞에 걸쳐 있는 아홉 계곡이다. 하류에서부터 순서대로 1곡부터 9곡까지 있으며, 하천 주변은 가령산, 도명산, 낙영산, 조봉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조선 중기에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화양구곡의 시작은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구름이 맑게 비치는 제2곡 운영담을 지나면 동그란 구멍이 무늬처럼 새겨진 제3곡 읍궁암, 제4곡 금사담으로 이어진다. 이 일대가 바로 송시열 유적지로 인근에 복원된 만동묘와 화양서원도 송시열과 관련이 깊다.
계곡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큰 바위가 첩첩이 쌓인 제5곡 첨성대, 구름을 찌를 듯 높다는 제6곡 능운대가 나온다. 용이 누워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는 제7곡 와룡암과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제8곡 학소대를 지나면 마지막 지점인 제9곡 파천(혹은 파곶)이 나온다. 파천은 흰 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흐르는 물결이 용의 비늘을 꿰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화양구곡은 수려한 경관과 조선시대의 유교 유적이 있어 역사적, 환경적 가치를 두루 지닌 공간이다. 2014년 8월 28일 대한민국의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