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비행기 대신 지하철로” 10월 도심서 만난 이국적 명소들

입력 2024-10-02 13: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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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언덕에 있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  이곳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할랄 전문 음식점과 기념품점, 서적 등을 파는 상가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태원의 언덕에 있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 이곳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할랄 전문 음식점과 기념품점, 서적 등을 파는 상가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눈을 감고 있으면 오가는 말소리와 코끝을 자극하는 색다른 음식의 냄새가 지금 먼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준다. 눈을 떠도 마찬가지다. 간간히 눈에 띄는 한글 간판이나 표지판이 아니라면 오가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나 낯선 외국어 간판이 이곳이 한국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서울은 이제 세계적으로 손꼽는 메가시티다. 관광이나 비즈니스, 학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서울을 찾거나 머무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고,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도심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 10월, 도심 여행의 목적지로 이처럼 서울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명소들을 추천했다. 멀리 떠나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찾아가도 색다른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외국’이다.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이정표. 사미르칸트부터 파미르고원, 아스타나, 비슈케크, 바이칼호 등 지리 시간에 친숙했던 이국적 지명들이 눈에 띤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이정표. 사미르칸트부터 파미르고원, 아스타나, 비슈케크, 바이칼호 등 지리 시간에 친숙했던 이국적 지명들이 눈에 띤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삼사 샤슬릭 라그만까지…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서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의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제법 오래되었다. 1990년 한-소 수교를 기점으로 구소련 출신 외국인들이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거리라고 부를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이곳에는 구소련 소속이었다가 독립했거나 정치, 종교, 문화적으로 밀접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출신 사람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는 낮은 환율을 따라 한국에 온 보따리상이나 우즈베키스탄, 몽골 이주 노동자들이 많았다. 이후 러시아 지급유예로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이 귀국하지 않고 머물면서 상점과 식당 등을 열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2022년 중구청 주도로 테마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지역 카펫의 전통 문양을 그린 바닥이나 이정표 등이 설치되었다.
실크로드의 상인을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인상적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의 한 골목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실크로드의 상인을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인상적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의 한 골목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중앙아시아 거리를 찾을 때 꼭 챙겨야 할 곳은 음식점이다.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 요리 전문점들이 많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아시아식 요리 화덕을 외부에 놓고 전통 빵인 삼사나 볶음밥 뽈록, 양꼬치, 샤슬릭 등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다. 
한국에서 평소 맛보기 힘든 재료와 독특한 조리 방식이 중앙아시아의 어느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일단 양꼬치부터 이곳은 크기와 양이 차이가 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지역 특유의 요리 화덕. 삼사 같은 전통 빵을 구을 때나 뽈록 같은 각종 요리를 할 때 필요한 필수 시설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지역 특유의 요리 화덕. 삼사 같은 전통 빵을 구을 때나 뽈록 같은 각종 요리를 할 때 필요한 필수 시설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거리 역시 중앙아시아 특유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고, 식당 외에 식재료를 파는
식료품점 등 가게 구성도 이채롭다. 가게마다 주인의 출신 국가에 따라 파는 음식이나 취급하는 상품이 달라 외국의 시티투어를 하듯 느긋하게 거리를 거닐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직접 식당으로 들어가면 더욱 진한 중앙아시아 또는 몽골의 향기를 경험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나라의 보드카부터 디저트까지 음식으로 떠나는 중앙아시아 여행을 할 수 있다.
서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2022년 중구청 주도로 테마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카펫의 전통 문양을 디자인 소재로 활용한 이정표를 설치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서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2022년 중구청 주도로 테마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카펫의 전통 문양을 디자인 소재로 활용한 이정표를 설치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중앙아시아 음식 전문점인 ‘파트루내’는 건너편 식료품점과 함께 청어 샐러드, 라그만 등 다양한 중앙아시아 음식을 취급해 이 지역 출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그림과 접시, 유리공예 등이 이국의 정취를 더한다. 샐러드, 수프, 케밥, 청어 샐러드,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스프 보르쉬, 중앙아시아식 면 요리 라그만 등을 만날 수 있다.
(주소:서울시 중구 마른내로 159-14/지하철 2호선, 4호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 7, 8번 출구)

이태원 이슬람 거리의 모습. 이태원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 주변으로 할랄 식당부터 서점 옷가게, 각종 소매 매장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태원 이슬람 거리의 모습. 이태원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 주변으로 할랄 식당부터 서점 옷가게, 각종 소매 매장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국내 첫 이슬람 모스크, 이태원 이슬람 거리
1975년 석유 위기 이후 중동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정부의 친아랍 정책으로 이태원에 국내 첫 이슬람 사원이 생겼다. 이곳은 원래 6.25 전쟁 때 참전한 터키군이 기도를 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이후 성원 주위로 이슬람 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할랄 식당은 물론 서점, 옷가게를 비롯한 다양한 매장이 들어섰다.

이태원의 이슬람 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곳은 역시 한국 최초, 최대의 이슬람 모스크인 ‘서울중앙성원’이다. 전국의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본부가 이곳에 있다. 성원 옆에는 교육시설인 프린스 술탄 이슬람 학교가 있다. 예약하면 설명을 들으며 관내를 관람할 수 있다.
사원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여러 이슬람 특유의 할랄 식당과 기념품, 책 등을 파는 상점들이 눈에 띈다. 아랍권 국가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 매우 이색적이다. 이슬람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음식점들도 많다.
이태원 이슬람 거리의 할랄 전문 음식점.  이슬람 율법에 맞춰 도축하거나 가공한 식자재와 조리법으로 만든 할랄 요리는 이곳의 대표 관광 테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태원 이슬람 거리의 할랄 전문 음식점. 이슬람 율법에 맞춰 도축하거나 가공한 식자재와 조리법으로 만든 할랄 요리는 이곳의 대표 관광 테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태원역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오면 케밥집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이슬람 사원 부근까지 즐비하다.
케밥은 터키의 음식으로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 널리 분포해 있고 우리의 입맛과도 잘 맞아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다.
근방의 세계문화음식거리, 퀴논길 등에서도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부터 유럽이나 쿠바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이곳의 슈퍼마켓에는 해외 향신료, 견과류, 과자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빵이나 농산물을 취급한다. 이슬람의 율법에 맞춰 가공하거나 제조한 할랄 음식이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 ‘클레오파트라 라운지 카페’는 이집트를 테마로 한 이색 카페다. 웰컴드링크로 나오는 진한 포도 주스 한 잔을 받아 들고 둘러보면 마치 고대의 이집트로 초대받은 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음료뿐만 아니라 팔라펠, 코샤리 등 이집트 국민 음식들도 판매한다.
(주소: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39/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 400m)

안국동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 ‘아모르 나폴리’의 테라스. 화덕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시지 빵 등부터 럼 시럽에 절인 빵 바바,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이탈리안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안국동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 ‘아모르 나폴리’의 테라스. 화덕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시지 빵 등부터 럼 시럽에 절인 빵 바바,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이탈리안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탈리아와 뉴욕 분위기를 도심서
‘아모르 나폴리’는 안국동에 있는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다. 이탈리아의 대표 빵인 포카치아, 치아바타부터 몽블랑, 다양한 쿠키들을 이탈리아식으로 만든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크림색 건물 외관과 간판이 이탈리아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아모르 나폴리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크림색 건물 외관과 간판이 이탈리아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아모르 나폴리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일단 크림색 건물의 외관부터 이탈리아의 어느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시지 빵 등부터 럼 시럽에 절인 빵 바바(Baba),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Baci di dama)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이탈리안 베이커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주소: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15/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뉴욕 도심의 지하철 입구를 그대로 제현한 신논현 ‘드렁큰빈’의 지하 카페 . 실물 크기의 고풍스런 엘리베이터 모형도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뉴욕 도심의 지하철 입구를 그대로 제현한 신논현 ‘드렁큰빈’의 지하 카페 . 실물 크기의 고풍스런 엘리베이터 모형도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미국, 특히 뉴욕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커피와 베이커리, 맥주, 위스키까지 모도 맛볼 수 있는 신논현의 ‘드렁큰빈’이 있다. 5층 건물 전체를 미국 현지 느낌으로 구성해 각 층의 매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입구에서 지하의 카페로 내려가는 길은 뉴욕의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뉴욕의 명물인 노란색 택시가 분위기를 더욱  이국적으로 꾸미는 드렁큰빈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뉴욕의 명물인 노란색 택시가 분위기를 더욱 이국적으로 꾸미는 드렁큰빈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실물 크기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모형이 있으며, 한쪽 벽면을 뉴욕의 지하철로 만들어두어 사실감을 더한다. 4층은 고급스러운 바로 꾸며져 분위기를 내기 좋으며 5층의 테라스에서는 선선한 가을의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주소: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55길 56/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1번 출구)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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