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의 정취가 무르익은 덕구계곡의 용소폭포와 선녀탕, 그리고 위에 놓인 제5교량. 다리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크네이프교를 본땄다고 한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죽변의 명물 해안스카이레일. 시속 5km의 느릿한 속도로 해변을 달리는데, 창밖으로 가을 동해의 파도가 다가오는 것이 매력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지난해 열린 ‘죽변항수산물축제’의 활어 맨손잡기. 올해는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고 수산물 즉석경매에서 요트승선 체험 같은 다양한 행사가 축제 기간에 열린다 사진제공|울진군청
여행으로 죽변을 찾을 때마다 매번 다른 기대를 품고 가지만, 요즘 죽변여행의 으뜸 목표는 먹부림이다. 식도락의 계절인 가을에 제철 해산물을 맛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죽변에서는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2024 죽변항수산물축제’가 열린다.
‘2023 죽변항수산물축제’서 초대형 비빔밥을 만드는 모습. 올해는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죽변항 일대에서 열린다 사진제공|울진군청
가을 아침 죽변항수산시장의 생기 넘치는 모습. 밤새 바다에서 조업해 잡은 각종 생선을 정리해서 경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푸른 바다 위를 달리는 죽변해안스카일레일. 현재는 죽변 승차장서 출발해 하트 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맘 때 동해안의 바다는 박력 넘친 파도와 시원한 해풍이 어우러져 찾아온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호쾌함이 있다.
그런 바다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다. 바닷가를 따라 놓인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무인 모노레일을 타고 바다의 풍광을 만끽한다. 원래 코스는 죽변항-봉수항의 2.8km A코스와 후정해변-봉수항까지의 2km의 B코스 두 가지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서 출발해 하트 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죽변해변스카이레일은 무인시스템으로 자동으로 바닷가 레일 위를 시속 5km 속도로 달린다. 바다 경치를 구경하기 딱 좋은 속도여서 가을 바다의 매력을 한껏 눈에 담을 수 있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죽변의 해변 산책길 용의 꿈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죽변등대. 1910년에 만든 울진서 가장 오래된 등대로 바닷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해안스카이레일 승강장 끝과 죽변 명소 하트해변을 잇는 바닷가 산책길이 용의 꿈길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숲 사이로 펼쳐진 고즈넉한 오솔길인데, 우거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맛이 참 좋다.
산책길을 걷다 만나는 죽변등대는 1910년에 만든 울진서 가장 오래된 등대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로 1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났지만 지금도 바닷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다.
죽변의 바닷가 산책길인 용의 꿈길. 좌우의 울창한 나무는 소죽(小竹)이다. 죽변이란 지역명은 이렇게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붙은 이름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용의 꿈길 초입에 있는 2004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주황색 지붕이 어우러져 죽변 여행의 인증샷 포인트로 인기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욍피천 하류 위를 오가는 왕피천 케이블카. 길이 700m가 조금 넘는 구간을 운행하는데 바다와 왕피천 물위를 보면서 오갈 수 있어 짧은 탑승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게 해준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왕피천은 경북 금장산에서 발원하여 울진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길이가 60km로 아주 긴 하천은 아니지만 울진과 양양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지역민의 삶을 지탱해 준 삶의 벗이다. 왕피천이란 좀 독특한 이름은 옛날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피난왔다고 해서 마을 이름을 왕피리,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했던 정자로 문인 정철과 화가 정선 등 조선시대 예술가들이 글과 그림으로 극찬을 했던 명승지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지만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류 유역 위를 낮게 지나가기 때문에 곤돌라 안에서 보는 경치가 그럴듯하다. 바닥이 투명한 곤돌라를 타면 왕피천 위를 지날 때 물속으로 오가는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망양정에서 바라본 왕피천 하류의 전경. 내륙을 구비구비 흘러 내려온 물이 동해와 합쳐지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망양 해수욕장 남쪽의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했는데,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고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했다.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절경을 극찬했다. 화가 정선도 ‘관동명승첩’에서 그림으로 담는 등 옛부터 예술인들의 창작욕을 자극한 명소이다.
왕피천 하류의 은어다리. 금속을 사용해 거대한 은어 형상의 조형물을 다리 양쪽에 만들었다. 낮에는 은어 몸체가 햇빛에 반짝이고, 밤에는 몸에 설치한 경관조명이 빛을 내며 색다른 볼거리를 보여준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망양 해수욕장의 색다른 명물 거북바위(오른쪽). 햇살이 바위를 비추는 아침 나절에 찾아가면 바위의 색이나 형상이 영락없는 거대한 거북이의 뒷모습 형상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덕구계곡 용소폭포 위의 제5교량에서 내려다 본 계곡 모습. 가을 햇살 아래 폭포의 물줄기가 선녀탕을 지나 계곡을 따라 굽이쳐 내려가고 있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울진에는 두 개의 유명한 온천이 있다. 남족 후포 근처의 백암온천과 북쪽 죽변 인근의 덕구온천이다. 두 온천 모두 멋진 계곡이 함께 있는데, 계곡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백암 온천이 비교적 천의 규모가 크고 광산 개발로 인해 많이 개발된 사람 손길의 자취가 느껴진다면, 덕구 온천은 오밀조밀 이어지는 계곡이 인상적이다.
덕구계곡의 풍광을 즐기는 가을 등산객들. 응봉산 정상 부근의 급경사를 제외하고는 주차장에서 원탕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난이도가 높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덕구계곡의 두번째 다리. 한강 서강대교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덕구계곡의 명소인 용소폭포. 온천 원탕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데 주차장에서 대략 40여분 정도 걸린다. 길이 평탄해서 누구나 쉽게 이곳까지는 올 수 있는데, 녹음 우거진 계곡을 걷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1988년 논에서 우연히 발견된 삼국시대의 중요한 사료이자 국보 문화제를 보존, 전시하기 위해 꽤 공들여 만든 전시관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1988년 봉평리의 논 객토작업 중 처음 발견했다. 2~3개월 방치되어 있는데, 돌에 글씨가 새겨진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하고 신고했다.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원래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
비문의 일부가 마멸되어 정확한 판독이 어려우나 신라 법흥왕 11년(524)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석은 자연 돌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으며, 전체적인 모양은 사다리꼴에 가깝다. 비문은 한쪽 면에만 새겨져 있는데, 글자 수는 400자 정도이다. 글씨는 중국 남북조시대에 북조의 영향을 받은 해서체이나, 예서체의 모습도 보인다.
울진봉평리신라비. 400여자 정도의 비문이 젹혀 있는데 신라시대의 사회구조와 왕권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 비의 발견으로 고대사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삼국사기’의 기록이 사실임을 증명해 주었다. 이외에도 부(部)를 초월하지 못한 왕권의 한계, 당시 신라의 영역, 관료제도, 지방통치조직과 촌락구조, 의식행사 양상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사료이다.
죽변의 로컬 맛집 ‘예원’의 명물 비빔짬뽕(아래)와 문어 탕수육. 신선한 해산물이 많은 지역 특징을 잘 살린 메뉴인데 숨은 지역 고수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걸쳐 동네마다 범상치 않은 내공을 지닌 ‘중국집’이 하나씩은 있다고 한다. 만약 죽변에서 그런 집을 찾는다면 중식당 예원이 있다.
식당 외양은 딱 평범한 지방 중식당인데,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 특성을 살린 메뉴가 돋보인다. 이곳은 해산물을 아낌없이 쓴 죽변짬뽕이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해산물의 감칠 맛이 면에 잘 배어있는 비빔짬뽕도 인기가 높다. 문어를 통채로 튀겨 소스를 붓거나 찍어 먹는 문어 탕수육도 거의 테이블마다 기본으로 시키는 시그니처 메뉴이다.
죽변항 우성식당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대구탕. 매운탕으로 주문했는데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울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메뉴가 특별하기 보다는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지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소박한 조리가 인상적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맛본 대구 매운탕 역시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의 깊은 풍미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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