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우시장을 대표하는 겨울 진미 팥죽. 외지서 이곳 팥죽을 먹기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설을 지나 봄을 기다리며 나들이에 나선 이들에게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 테마는 ‘전국 오일장 먹거리’다. 지역만의 독특한 정취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향토 음식은 오일장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광주 말바우시장의 팥죽 전문점 ‘옛날 팥죽’. 매일 새벽에 국내산 팥을 씻어 불려 끓이고 직접 빚은 새알심을 넣는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말바우시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전통시장이다. 무려 500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호남에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식도락 여행을 온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데, 그중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겨울철의 진미인 팥죽이다. 말바우시장에서 팥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들은 모두 팥죽과 동지죽이 대표 메뉴다.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새알심이 들어 있다. 팥죽을 먹으러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을 생각해 매일 새벽 팥을 씻어 불리고, 불린 팥을 솥에서 팔팔 끓이고,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빚거나 칼국수면을 반죽해 뽑는다.
이처럼 손맛이 중요해서 팥죽 맛도 가게마다 다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맛도 중요하다. 맛집 순례하듯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팥죽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끼에 5000원이면 대접 한가득 푸짐한 팥죽을 맛볼 수 있다.
창녕전통시장의 대표 메뉴인 수구레국밥. 가게 앞에 걸린 커다란 가마솥에서 김이 펄펄 나는 국을 퍼담는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전통시장은 1900년대 보부상들이 집결하던 큰 시장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장을 모아 지금 자리에 개설한 것이 1926년이라고 한다. 어느덧 백 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일장이 크게 서는 3일과 8일에는 새벽부터 북적인다. ‘시골장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어’라고 생각하고 가면 깜짝 놀랄 정도의 규모다.
뜨거운 국물이 겨울에 제격인 창녕전통시장의 수구레국밥. KBS TV ‘1박2일’에서 이수근이 창녕전통시장에서 수구레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지역 명물로 떠올랐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쫀득한 독특한 식감이 특징인 수구레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창녕 사람들은 국수를 넣어 먹는 걸 즐긴다. 수구레국밥 외에도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달인 꽈배기, 늘 줄이 길게 늘어선 찹쌀호떡 등은 이곳의 명물 주전부리다.
북평민속시장 ‘두꺼비국밥집’의 소머리국밥.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들은 가게마다 맛이 다른데, 이곳은 무와 파, 양념을 넣은 빨간 국물이 특징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동해 시내에는 끝자리가 3일과 8일인 날에 장이 선다. 바로 북평민속시장이다. 북평장은 1796년에 시작했다. 문화광장은 강원도에서 유명한 쇠전(우시장)이 열렸던 장소다.
쇠전은 꼭두새벽부터 열렸다.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은 거래를 앞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우시장은 2008년 삼척시 미로면에 새롭게 개장하면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이 국밥 거리로 남았다. 그래서 영동지역 사람들에게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다.
북평민속시장의 소머리국밥 전문점 ‘두꺼비국밥집’의 2대 사장님이 커다란 솥에서 국밥을 끓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단양구경시장의 명물 마늘요리 중 하나인 바삭한 누룽지가 들어가는 흑마늘누룽지닭강정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단양팔경은 전국의 팔경 가운데 손꼽는다. ‘제2단양팔경’까지 있는걸 보면 지역의 자부심을 알 만하다. 단양구경시장은 단양 8경에 더한 1경이라 해 구경이다. 시장 구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약 120개 매장이 모여 이뤄진 상설재래시장으로 단양전통시장이 전신이다.
단양구경시장의 인기를 주도하는 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최현석 셰프가 봉골레 파스타에서 빼먹고 요리했다던 바로 그 마늘이다. 단양은 석회지역의 약산성 토양과 산지마을의 큰 일교차로 육쪽마늘이 유명하다. 알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특별한 한지형 토종 마늘이다.
단양구경시장에 활력을 더하는 젊은 상인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성남 모란민속5일장의 백년기름특화거리의 한 점포에서 갓 짠 참기름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성남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린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채워줄 먹거리가 천지다.
모란민속5일장이 조선 시대부터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장시였던 만큼 규모가 큰 백년기름특화거리도 있다. 가게 문을 연 지 40년이 넘는 기름집 4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리는 성남 모란민속5일장의 백년기름특화거리에서 물건을 보는 손님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