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동아닷컴DB
만약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4)가 있었다면?
가정은 가정일 뿐이다. 그러나 워싱턴 내셔널스의 포스트시즌 선발진이 부진하자 스트라스버그의 공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그의 팀동료들과 팬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스트라스버그는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59⅓이닝을 던져 15승6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워싱턴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는 1933년 워싱턴 세너터스 이후 79년 만의 포스트시즌행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워싱턴은 ‘선수 보호’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스트라스버그의 올 시즌 투구를 160이닝으로 제한하는 방침을 세웠다. 스트라스버그는 결국 지난 9월 8일(이하 한국 시간) 등판을 끝으로 일찍 시즌을 접어야만 했다. 당시 스트라스버그는 이 같은 구단 조치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워싱턴이 스트라스버그 없이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선전했다면 팀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러지 못하자 팀동료와 팬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워싱턴의 몇몇 선수는 디비전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가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스트라스버그가 있었다면 우리는 벌써 시리즈 전적에서 2승 무패로 앞서 있었을 것이다”라는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현재 워싱턴은 1승2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향후 시리즈 전망은 더 어둡다.
워싱턴은 이번 시리즈에서 지오 곤잘레스-조던 짐머맨-에드윈 잭슨-로드 뎃와일러로 이어지는 4선발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믿었던 곤잘레스는 볼넷 7개를 남발하며 흔들렸고 시즌 내내 듬직했던 짐머맨은 고작 3이닝 동안 5실점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11일) 등판한 잭슨과 다음 경기 선발인 뎃와일러는 더 불안하다. 9월 후반기에 선발진에 합류한 이 둘은 정규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3⅔이닝 동안 무려 16실점(11자책)을 허용한 바 있다. 잭슨은 3차전에서 5이닝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불안은 결국 현실이 됐다.
물론 스트라스버그가 있었다해도 시리즈가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흘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 없이 포스트시즌에 임한 워싱턴이 시리즈에서 탈락할 경우 구단은 소속 선수들의 불만과 팬들의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