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고무열이 작년 시즌 성장통을 떨쳐내고 포항 공격진의 희망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양산|박상준 기자
이듬해 무릎연골 수술 후 포항과 동반추락
올해 용병들 전원 방출 불구 위기는 곧 기회
체중·근력 업그레이드 이젠 몸싸움도 자신”
○ 제로 톱은 ‘멍에’
지난 시즌 39경기 출전에 6골6도움. 외관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고무열(23)은 다르게 생각했다.
“작년은 정말 아쉬웠어요. ‘2년차 징크스’도 얘기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했던 만큼 돌아오는 거죠.”
고무열은 2011년 입단 첫 해부터 주목받았다. 주전 왼쪽 공격수를 꿰차며 컵 대회와 정규리그를 부지런히 오갔다. 시즌 초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야유를 듣기도 했다. 5월5일 인천 홈경기에서 뒤늦은 마수걸이 골을 뽑았다. 시즌 기록은 10골3도움. 포항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승기(25·전북)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다퉜다. 올림픽 팀에도 잠깐이나마 몸담았다.
그런데 오른쪽 무릎 연골이 문제였다. 2012년 새해 첫 날 수술대에 올랐다. 2달 여 간의 재활로 시즌을 출발했다. 개막 2경기 만에 교체 출전했으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질 않더라고요. 밸런스가 맞지 않고 모든 게 엉망이었어요. 조급함도 겹쳤고요.”
포항도 동반 추락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 탈락했다. 정규리그에서는 5월이 지나도록 8∼9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극약처방으로 ‘제로 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 이탈하며 달리 사용할 카드가 없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건데 저 때문에 팀이 부진한 것 같아 힘들었어요.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놓쳤죠. 전술이 어느새 제로(0) 톱으로 변형됐더라고요. 공격수로서는 ‘멍에’와 같았죠. 우리가 얼마나 못했으면…. 더욱 위축됐어요.”
○ 위기는 ‘기회’
황선홍 감독은 2013시즌을 ‘위기’로 규정했다. 모기업 포스코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전력 보강을 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 없이 실패로 판명된 지쿠, 아사모아, 조란 등을 내보내기로 했다. FA로 풀린 황진성, 신화용과 계약도 지지부진하다.
“팀으로는 위기라고 생각해요. 용병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니까요.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잖아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거라고 믿어요. 반드시 기회를 잡을 겁니다. 신진급 선수들은 모두 같은 생각일 거예요. 경쟁이 더 치열해 지겠죠.”
고무열은 작년 벤치 설움을 딛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FA컵 우승 이후 높아진 선수단 내 자신감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고무열도 같은 시기 황 감독의 ‘밸런스·패스·스피드’ 축구에 부합하며 몸놀림을 끌어올렸다.
“작년 시즌 막바지에 용병 없이 좋은 경기했어요. 팬들께서도 작년에 잘 했으니까 올 해도 기대 많이 해주실 테고. 다른 팀들이 많은 선수를 영입하면서 스쿼드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우리도 열심히 준비한다면 말미에 우승 경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황무열(별명)은 ‘영광’
고무열의 자신감에는 황 감독이 있다. 황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고무열에게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동료들 사이에서 황무열(황선홍+고무열)이란 애칭으로 통용된다.
“황 감독님께서 저만 편애하시진 않아요(웃음). 제가 부족한 게 많고 안타까우니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는 거겠죠. 같은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고민을 공유하기도 쉽고요.”
황 감독은 작년 말 휴가 동안 고무열에게 ‘특별 과제’를 내줬다. 체중을 불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어 오라는 것. 황 감독은 고무열의 몸 상태를 보고 흐뭇했다는 후문이다.
“황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으세요. ‘골을 못 넣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큰 단점이다’고 하셨죠. 저는 뒷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이나 활동량, 스피드에 자신 있어요. 제 장점을 부각시켜 좋은 경기 할 겁니다. 단점인 몸싸움도 극복할 거고요. 15골5도움이 목표예요. 득점왕은 어림도 없지만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당당히 이름 올리고 싶어요.”
끝으로 물었다. “서울과 개막전을 치르는데 부담되진 않아요?”
“전혀요. 작년 우승팀이긴 하지만 팀과 개인적으로 자존심 문제예요. 반드시 꺾고 개막전 승리를 챙길 겁니다. 서울에서 이긴 적이 오래됐다고 하는데 서울 원정 징크스도 깨트릴 거고요.”
고무열?
▲ 생년월일 : 1990년 9월 5일
▲키/몸무게 : 185cm/78kg
▲포지션 : 공격수
▲학력 : 연산초-능곡중-포철공고-숭실대
▲프로경력 : 포항(2011∼)
▲대표경력 : 올림픽대표
양산|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