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25)는 올 시즌에만 JLPGA 투어에서 두 번 우승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올해 세 번째 우승을 하고, 5년 내 일본투어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한다는 통 큰 포부를 밝혔다. 사진출처|JLPGA 홈페이지 화면캡쳐
중2때 시작…동갑 신지애 언더 칠때 입문한 셈
‘국내선 들러리 될라’ 2007년 JLPGA행 결단
올해 9월 6년만의 첫 우승, 3주만에 두번째 V
10년차 불구 꾸준한 성장…5년내 상금왕 도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또 한명의 샛별이 등장했다. 투어 6년 차 이나리(25)는 올 시즌에만 두 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태극낭자의 핵심세력으로 급부상했다. 긴 무명 시절을 거쳐 당당히 JLPGA 투어를 뒤흔들고 있는 주인공에게 일본투어 점령기를 들어봤다. 29일 휴식 차 잠시 귀국한 이나리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다.
● 골프 배우기 위해 골프 명문으로 전학
“1년 정도 골프를 배운 뒤 주니어 골프대회에 나가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습장에서 우리 딸이 제일 잘 쳤다. 그런데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형편없었다.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나리의 부친 이승열(52) 씨가 딸을 골프선수로 키우겠다고 다짐하게 된 사연이다.
이나리는 1988년생이다. ‘세리키즈’로 불리는 김하늘, 오지영, 김인경, 신지애 등과 같은 나이다. 다른 또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생활을 해왔던 터라 이미 언더파를 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이나리는 겨우 골프채를 잡았으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부친 이씨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골프선수의 길을 갈 것이라면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을 했다. ‘공부 잘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무슨 운동을 가르치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씨는 골프를 택했다. 그 길로 딸을 골프부가 있는 서문여중으로 전학 보내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길에 접어든 이나리는 빠르게 성장했다. 4년 만인 고등학교 3학년 때 중고연맹에서 주관하는 경희대학교 총장배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다. 4년 전 넘지 못할 산처럼 느껴졌던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우승으로 대학 입학과 등록금 면제 혜택까지 받게 됐다.
● 6년 고생 끝에 프로 첫 우승
주니어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국가대표를 꿈꾼다. 그러나 이나리는 그 길을 포기하고 프로의 길을 택했다.
“국내에는 워낙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탓에 들러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해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KLPGA 투어에서 2년을 뛰고 해외 투어로 진출하는 게 기본 수순처럼 여겨졌다. 이나리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2007년 JLPGA 투어 Q스쿨에 응시했다. 조건부 시드를 받아 2008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첫해 상금랭킹 82위에 그쳐 다시 Q스쿨을 봐야 했다.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은 일본 진출 6년 만인 올 9월 터졌다. 미야기 TV컵 레이디스오픈에서 일본 여자골프의 아이콘인 미야자토 아이의 추격을 뿌리치고 당당히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첫 우승 이후엔 일이 술술 풀렸다. 보통은 첫 우승 뒤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두 번째 우승은 3주 만에 나왔다. 후지츠 레이디스 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이나리는 3라운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첫 우승 때보다 더 좋았다. 이제야 골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골프경력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골프를 시작한 뒤로 늘 성장해왔다. 이나리는 지금 이 시간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 올라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나리는 “올해 남은 목표는 세 번째 우승이다. 자신도 있다”면서 “작년까지는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5년 내에 일본투어 상금왕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목표다”라며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