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준 결승골…포항 “역전우승 쏜다”

입력 2013-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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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막판 놀라운 상승세로 ‘더블’(FA컵, 정규리그 동시 우승)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포항 선수들이 27일 FC서울과 홈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막판 놀라운 상승세로 ‘더블’(FA컵, 정규리그 동시 우승)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포항 선수들이 27일 FC서울과 홈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 포항, 서울 잡고 우승 불씨

전반 26분 왼발 폭발…울산에 2점차 추격
12월 1일 시즌 최종전서 운명의 단판승부
황선홍, 사상 첫 FA컵·정규리그 우승 도전


“역전 우승을 기대하시라!”

포항 스틸러스는 27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39라운드에서 FC서울을 3-1로 완파하고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해결사는 베테랑 노병준이었다. 김승대와 데얀이 1골씩 주고받으며 1-1로 균형을 이룬 전반 26분, 노병준이 기어코 일을 냈다. 황지수의 롱패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왼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항은 후반 1골을 더해 3-1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포항은 승점3을 확보해 선두 울산을 바짝 따라붙었다. 아직 불리함이 많지만 역전 우승을 꿰차겠다는 각오다. 포항과 울산은 12월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에서 단판 승부로 정규리그 우승을 가리게 된다.


● 스스로 화를 키우지 않는다

포항은 겉으로 평온을 지키면서도 울산의 경기 결과에 민감했다. 황선홍 감독은 쫓는 자(포항)가 쫓기는 자(울산)보다 편안한 마음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면서도 울산이 반드시 한번은 미끄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항이 나머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고 가정했을 때 역전 우승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황 감독은 선수단에게 끊임없이 냉정함을 요구했다. 그는 “울산이 이겨서 우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 무너져서 울산에 우승컵을 갖다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항은 16일 전북을 꺾고 열흘 넘게 서울전을 준비했다. 포항은 올 시즌 주기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않으면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패스 연결이 매끄럽지 전개되지 않았고 선수들의 몸 상태도 둔해졌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여러모로 알찬 휴식과 훈련 시간을 병행했다. 우선 상무 소속 선수들이 군을 제대하며 팀에 합류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김재성이 16일 전북전에서 구멍이 난 오른 측면 수비로 나서 복귀전을 가졌다. 수비수 김형일도 복귀전을 가지며 합격점을 받았다. 대표팀 경기를 마친 신광훈이 복귀하면서 강력했던 포백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조직력을 한층 가다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선수들도 뛰어난 동기부여와 냉철함으로 경기에 나섰다. 미드필더 이명주는 “선수단은 한결같은 마음이다. 울산과 최종전에서 역전 우승을 하고 더블을 들어 올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한 바람과 미끄러운 잔디 환경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서울전에서 한발 더 뛰고 강한 압박과 패싱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했다. 3골이란 스코어가 이를 증명한다. 황 감독은 “선수들과 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선수들이 다른 팀을 신경 쓰지 않고 우리 경기를 잘 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더블(FA컵, 정규리그 동시 우승)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포항이 27일 FC서울을 누르고 같은 날 울산이 부산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면서 포항과 울산은 12월1일 최종라운드 맞대결에서 우승 팀을 가리게 됐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더블(FA컵, 정규리그 동시 우승)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포항이 27일 FC서울을 누르고 같은 날 울산이 부산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면서 포항과 울산은 12월1일 최종라운드 맞대결에서 우승 팀을 가리게 됐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 더블(FA컵+정규리그)를 향해

포항은 일찌감치 FA컵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신화용의 멋진 선방 쇼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황 감독은 포항의 사상 첫 FA컵 2연패를 달성하며 정규리그에서 부담감을 한껏 덜었다.

하지만 선수단은 새로운 목표 ‘더블’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정규리그에 대한 강한 승부욕이 발동한 것이다. 황 감독도 FA컵 정상에 서며 다음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FA컵 우승이 필요했다. 이제 정규리그가 욕심난다. 하나를 잡았기에 두 번째 목표를 향해 간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황 감독은 2008년 부산에서 첫 감독직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간절함이 크다.

더블 도전은 쉽지 않다. 특히 1996년 FA컵이 출범한 이래 단 한번도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한 사례는 없었다. FA컵 우승팀에 챔스리그 출전권이 보장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07년 파리아스 감독 시절 포항이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정상에 섰지만 FA컵에선 한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던 전남에 덜미가 잡혔다. 황 감독이 사상 최초로 더블을 달성할지 기대를 모은다. 위대한 도전은 시작됐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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