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 본 AG] 몸통만 찌르는 플뢰레·빳빳한 소총 사격복의 비밀

입력 2014-09-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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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국가대표 신아람(왼쪽)과 최인정이 22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에페 준결승에서 현란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고양|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anai84

펜싱국가대표 신아람(왼쪽)과 최인정이 22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에페 준결승에서 현란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고양|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anai84

■ Q&A로 풀어보는 알쏭달쏭 인천아시안게임 경기 룰

에뻬는 온몸 허용·사브르는 베기까지 가능
자세 고정 유리…사격 복장엔 두께 제한도
배드민턴 에어컨 바람에 대한 규정은 없어
경기 지각 몰수패는 메달까지 박탈될 수도

스포츠를 즐겁게 관전하는데 큰 장애요인 중의 하나는 복잡한 룰이다. 종목마다 다양한 룰이 있다. 그렇지만 스포츠가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룰이 있어서다. 스포츠의 룰은 공정하다. 누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힘 있는 사람에 유리한 세상의 룰과는 다르다. 그래서 억울하지만 룰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면 반드시 승복해야 하는 게 스포츠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초반 여러 종목에서 룰 때문에 논란이 벌어졌다. Q&A로 이들을 정리했다.


Q : 일본이 물고 늘어져 논란을 빚은 것이 배드민턴 경기장의 에어컨 바람이다. 규정은?

A : 특별히 명시된 규정은 없다. 다만 셔틀콕은 날아가는 거리의 제한규정은 있다. 백바운더리 라인(네트와 평행인 코트의 뒤쪽 경계선) 안에서 셔틀을 사이드라인과 평행이 되도록 올려쳤을 때 반대편 백바운더리 라인 안쪽 530mm∼990mm 범위에 가야 한다. 아무리 힘이 좋은 선수도 코트의 맨 가장자리에서 백스윙으로 셔틀콕을 날렸을 때 반대편 코트라인을 넘어갈 수 없어야 한다. 셔틀콕 불량, 라켓 불량 외에 외부요인, 즉 바람 등의 영향으로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심판은 바로잡아야 한다. 계양체육관의 경우 불규칙하게 작동되는 에어컨 바람이 셔틀콕에 영향을 줘서 문제가 됐다. 셔틀콕은 무게가 4.74∼5.50g으로 매우 가볍다. 바람은 물론 습도, 온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모든 부분은 심판의 재량으로 판단한다.


Q : 라오스가 세팍타크로 남자부 더블 경기에 늦게 와서 실격당한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동메달도 빼앗기나.

A : 라오스는 미얀마에 이어 B조 2위를 차지하며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3∼4위 결정전 없이 동메달을 모두 수상하는 관례에 따라 메달 하나는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경기시간을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21일 11시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2시 준결승을 준비해야 했지만 30여분 거리에 있는 선수촌으로 이동했다가 지각해 2시30분에 경기장에 들어섰다. 규정상 몰수패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시간 20분까지 선수입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판진의 재량에 따라 몰수경기를 선언할 수 있다. 세팍타크로연맹은 기권이 아닌 몰수경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라오스의 4강 권리마저 빼앗았다. 승점과 세트득실에서 앞선 싱가포르가 대신 동메달을 가져갔다.


Q : 중국이 22일 사격 여자 10m 소총에서 메달을 박탈당했다가 판정번복이 된 이유는?

A : 본선 2위 장빈빈(중국·418.3점)이 부정 장비를 사용했다. 국제사격연맹(ISSF)이 정한 소총 기술 규칙에선 ‘개머리판의 아래 부분에서 앞 또는 옆으로 돌출된 장비나 무게추 사용을 금지 한다’고 명시했다. 장빈빈은 개머리판 아래 부분 옆에 무게추를 달았다. 이렇게 하면 가슴 부위에 총을 고정시키기 유리하다.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어필 심판진에서 2-1 표결로 판정을 번복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행사된 부당한 결과였다.


Q : 사격은 복장에 대한 규정도 있다던데.

A : 소총의 경우다. 옷이 너무 두껍거나, 원단이 너무 빳빳하거나, 옷이 너무 꽉 낄 경우 자세를 고정시키기가 유리해서다. 선수를 로보캅처럼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사격복의 두께는 2.5mm를 넘어서면 안 된다. 원단은 1.0kg의 무게로 눌렀을 때 3.0mm 이상이 들어갈 정도의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선수가 사격복을 입은 상태로 단추가 있는 부분과 단추 구멍이 있는 부분을 겹쳤을 때 7cm 이상이 지나쳐야 한다. 너무 타이트하게 입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런 규정들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사격복을 입으면 선수들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걷는다. 권총 선수들은 따로 사격복을 입지 않는다.


Q : 한국의 금메달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펜싱은 3개 종목이 있는데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A : 공격 부위와 동작에 따라 플뢰레, 에뻬, 사브르로 나뉜다. 에뻬 플뢰레는 찔러야 하고 사브르는 벨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다. 공격 부위도 다르다. 플뢰레는 몸통만 찔러야 하고 에뻬는 온몸을 찔러도 된다. 사브르는 상체 전부를 찌르고 베어도 된다. 종목의 특성상 에뻬 선수들은 힘이 좋고 체격이 크고 플뢰레와 사브르 선수들은 가볍고 민첩해야 한다. 가장 격렬하고 빨라야 하는 것은 사브르다.


Q : 육상 트랙종목이나 쇼트트랙 등을 보면 선수들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돈다. 야구도 1루부터 뛰는데 이유는.

A : 최초 올림픽 때는 뛰는 방향이 제 마음대로였다. 그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1913년 국제육상연맹(IAAF)이 규정 제 22조로 정했다. 선수들이 시계방향으로 뛰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뛰라고 결정했다. 이는 인간의 신체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트랙 안쪽으로 돌려면 바깥쪽 팔다리(오른손과 다리)가 더 크게 움직여야하는데 오른손잡이가 전 인류의 70%나 되는 것을 따랐다는 설이 있다.

정리|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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