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준플레이오프의 ‘미친 선수’는 단연 LG 최경철이다. 1차전 1회초 쐐기 3점포에 이어 2차전에선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LG 2연승을 견인했다. LG 양상문 감독(왼쪽 사진)은 “최경철은 열린 귀로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잘 새겨듣고 부단히 고치려고 노력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스포츠동아DB
잘못된부분 겸손하게 귀담아 듣고 고쳐
김정민 배터리코치 적재적소 조언 큰몫
2014 준플레이오프(준PO)는 LG ‘최경철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전 1회 쐐기3점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데일리MVP가 됐고, 2차전에서는 4타수 3안타에 상대의 흐름을 끊는 도루저지와 투수들과의 완벽한 배터리 호흡까지 공수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보여준 모습 아닌가”라며 흐뭇하게 웃고는 “고비를 넘기고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조언을 쏙쏙 흡수하는 자세
최경철은 한국나이로 서른다섯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03년 SK에 입단해 12년차가 됐으나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SK에서도 2군에서 전전하다가 2012년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고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LG가 최경철을 데려올 때만 해도 포수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최경철이라는 포수의 능력을 높이 사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붙박이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트시즌에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꽃망울을 터트렸다.
양 감독은 최경철이 이토록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열린 귀’를 꼽았다. 양 감독은 “(최)경철이도 연차가 적지 않은데 코칭스태프의 얘기를 잘 새겨듣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려고 부단히 애쓴다”며 “베테랑이기 때문에 앞에서 듣고 뒤에서 잊어버리면 그만일 수 있겠지만 경철이는 조언을 흡수해서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것과 더불어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뛰어난 제자 뒤에 있는 스승
양 감독은 최경철을 주전포수로 키워낸 김정민 배터리코치에 대한 공로도 잊지 않았다. 선수와 팀간 궁합이 있듯이, 선수와 코치의 호흡도 중요하다. 양 감독은 “김 코치가 경철이를 뒤에서 묵묵히 잘 이끌어줬다”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상황별로 사인을 적재적소에 내주면서 잘 서포터해주고 있다. 덕분에 경철이가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해주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작 김 코치는 “시즌 후반부터는 상대타자가 어떤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최)경철이가 잘 알고 있어서 별로 말을 안 했다. 큰 경기지만 시즌과 비교해 달라지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얘기해줬고, 경철이 스스로 전력분석도 많이 하고 준비를 잘했다”며 공을 제자에게 돌리기 바빴지만, 사제가 함께 노력한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경철은 올 시즌 7∼8월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양 감독은 “풀타임을 처음 소화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는데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라는 보름간의 휴식이 약이 됐다”며 “한 차례 시련을 넘기고 더욱 단단해졌다. 그 단단함이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