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저 즐겁게 운동하고 싶다”

입력 2014-10-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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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 스포츠동아DB

■ 어느 롯데 선수의 간절한 고백

코치가 주문하는 운동량은 상관없다
윗분들이 사리사욕 채우기에 바쁘니
선수들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 수밖에


“그저 우리는 즐겁게,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롯데 선수들이 28일 새벽 구단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는 이렇게 소박하다. ‘프런트나 선수나 똑같으니까 이런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양비론도 있었다. 스포츠동아는 롯데 선수들의 진심을 들어보고 싶었다. 왜 이런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익명의 롯데 선수는 29일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심경 고백을 최대한 가감 없이 싣는다.

요즘에 잠을 너무 못자요. 워낙 큰일이고, 프로야구에 없었던 일이라. 선수들이 힘을 얻고자 한 것도 아니고, 이득을 보려 한 것도 아니에요. 선수들은 구단이 올바른 길로 가고, 야구를 즐기며 훈련하고 싶은 마음에 움직인 것입니다.

마음이 굉장히 무겁죠. 그러나 ‘비온 뒤 땅 굳는다’고 이 사건 이후 분열됐던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어요.

돈을 받고 운동하는 프로선수 입장에서 운동량은 아무 상관없어요. 연습은 얼마든지 시켜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선수단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느냐는 건데 저희들이 느끼기에 너무 윗분들께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선수들이 야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이용당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성적은 이 팀에서 필요 없나? 자기들만 살아남으면 그만인 야구단인가?’ 같은. 프런트도 가족인데 그렇게 비치니까 분위기도 처지고 야구도 재미없어졌어요.

선수가 약자다 보니까, 참다 참다 보니까 여기까지 몰리게 됐어요. 팬 분들께 죄송해요. 구단은 뒤에 그룹이 있지만 저희한테는 팬 아니면 뒤에 아무도 없어요. 지금 못 움직이면, 똑같은 환경에서 야구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야구 선배들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입 다물고 살았으면 아무 일 없었겠죠. 그런데 입을 다물었다면 향후 롯데에 올 어린 후배들에게 책임감이 없는 일 같았어요. (구단 보복으로) 다칠 수 있다는 것 알아요. 이렇게 피해볼 것 아는데 우리 이익을 위해 움직였겠어요? 그럼에도 이런 결정한 것은 지금보다 야구에 집중하고, 하나로 뭉쳐 재미있게 운동하고 싶은 마음 하나에요. 팬 분들께 물의를 일으킨 점은 죄송하지만 힘없는 선수단에서 할 수 있었던 선택이 이거밖에 없었어요. 그 마음 이해해주시고 선수들에게 힘을 주세요.

솔직히 위협을 안 느끼면 거짓말이죠. 더 나은 환경을 향해 가고 있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겁이 나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어떡하지 생각 들어도 함께 싸우는 동료들 보며 마음 다잡아요. 우리끼리 얘기해요. “이번 일이 만약 좋게 해결되면 똘똘 뭉쳐서 이런 일 했다는 것에 부끄러움 없도록 열심히 뛰는 모습 보여주자”고요. 선수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따름입니다.

정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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