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윤석민(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윤석민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5-3으로 앞선 8회말 2사 1루서 등판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명이 KIA로 바뀐 뒤,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27세이브)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2008년 한기주가 작성한 26세이브를 넘어섰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에게 악수를 청했다. 항상 선수에게 존중을 표하는 그다운 장면이었다.
하루 뒤인 11일 김 감독은 “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인 줄은 몰랐다”며 머쓱해했다. 악수를 청하는데서 나타나듯, 그는 윤석민에 대해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미국 무대로 향했다 1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 궂은일까지 도맡겼기 때문이다.
윤석민이 4년 총액 90억원에 친정팀 KIA로 유턴을 결정했을 때, 모두가 그를 ‘선발요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시선은 달랐다. 당장 선발로 많은 공을 던지기 힘든 그의 몸 상태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 뒷문 안정 없이 팀에 미래는 없었다.
부족한 자원,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려가야 하지만,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승리’다. KIA는 우승을 일궈낸 2009년 유동훈(22세이브) 이후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2011년과 2012년엔 두 자릿수 세이브 투수도 없었다.
2013년 앤서니 르루(20세이브), 2014년 하이로 어센시오(20세이브)가 있었지만, 외국인투수의 마무리 기용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용병투수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엔 타자 브렛 필을 선발 출전시키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매년 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외국인투수보다는 확실한 국내선수가 있는 게 낫다.
복합적인 고민 끝에 탄생한 ‘마무리 윤석민’ 카드는 팀에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안겼다. 11일까지 성적은 1승6패 27세이브, 방어율 3.25. 블론세이브도 6차례 있었지만, KIA의 뒷문엔 최근 5년간 볼 수 없었던 안정감이 느껴졌다.
김 감독이 윤석민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느끼는 건 어려운 팀 상황 속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민이 등판한 46경기 중 1이닝 이내로 투구한 건 27경기에 불과하다. 1이닝 초과 2이닝 미만 경기가 11경기, 2이닝 이상 경기는 8경기다. 3이닝 이상 투구도 두 차례 있었다.
김 감독의 악수, 그리고 “정말 대단하다”, “감독으로서 고맙다”는 칭찬은 분명 ‘마무리 윤석민’이 가져온 복합적인 결과 때문일 것이다. 하위권 전력으로 꼽히던 KIA는 그렇게 4년 만에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