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조덕제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현역 이후 첫 구덕운동장 방문 꿈꾸는 수원FC 조덕제 감독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였던 전남 드래곤즈와의 37라운드(22일) 경기를 구덕운동장에서 소화했다. ‘명가 부활’을 꿈꾸는 부산의 작은 몸부림이었다. 이곳에서 부산은 전신이던 대우 로얄즈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다. 각종 우승 트로피를 싹쓸이하며 프로축구 명문의 위상을 키워나갔다. 줄곧 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부산은 다음달 5일 열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승강PO)도 구덕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흐뭇한 기억과 행복한 추억이 서린 구덕에서 당당히 승리해 새 시즌의 희망을 노래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구덕운동장 방문을 부산 못지않게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다. 챌린지(2부리그) 수원FC 조덕제(50) 감독이다. 수원은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챌린지 준PO에서 서울 이랜드FC를 제치고 PO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으나 ‘무승부=정규리그 상위팀 승리’라는 대회 규정에 의해 수원이 웃었다.
수원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FC와 승강PO 진출을 향한 외나무다리 혈투를 앞두고 있다. 준PO에서는 정규리그 3위 수원이 4위 서울 이랜드보다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PO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역시 비겨도 탈락이다. 이에 수원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선언한 상태. “최선의 수비는 적극적인 공격”이라는 조 감독의 의지대로 수원은 막강 화력을 대구 원정을 통해 후회 없이 발휘할 참이다.
조 감독이 대구전 승리를 노리는 이유는 또 있다. 이번에는 개인적인 사유다. 부산은 조 감독이 현역 시절 활약한 친정팀이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대우 로얄즈의 ‘원 클럽 맨’으로 구덕운동장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대우 로얄즈가 해체되고, 팀명을 바꾼 부산이 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옮기며 구덕운동장은 조 감독에게 그저 추억의 장소로 남는 듯 했지만 부산의 결정으로 가장 위대한 순간에 구덕벌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조 감독은 “현역 시절 정말 열심히 뛰었던 곳이다. 구덕운동장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짧지만 분명한 각오로 승강PO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