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2016년을 맞은 한국야구에 대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진단하며 “팬들의 눈높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갖춰나가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프리미어 12’ 우승했지만 투수육성 숙제 남겨
스타유출 걱정 없어…‘새로운 영웅’ 나타날 것
깨끗한 KBO리그 위해 도박·부정행위 차단
한국야구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하면서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KBO리그도 지난해 사상 최다인 736만529명(정규시즌)의 관중수를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새로 개장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스카이돔이라는 호재도 있다. 그러나 위기의 신호들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이어지면서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지난해 박병호(30·미네소타)와 김현수(28·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등 최근 수년간 스타들의 해외리그 이적이 심화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KBO리그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KBO리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스포츠동아는 KBO 양해영 사무총장과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는 KBO리그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현안과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2015 프리미어 12’ 대표팀 단장을 맡아 우승을 했습니다. 대표팀 구성 때만 해도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였는데요.
“일단 일본(8강)까지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차 목표는 4강 정도로 잡았는데 우승을 하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이겼다는 점, 특히 9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국민들에게 짜릿한 희열을 선물한 것 같습니다. 반성할 점도 많았습니다. 우승은 했지만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에게는 막혔어요.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는데, 한국야구는 특히 투수 쪽에서 육성을 많이 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던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2018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0년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재진입할 시 좋은 성적을 바라지 않겠습니까.
“매번 부담입니다(웃음). 프로리그를 제대로 운영하는 나라가 미국, 일본, 우리나라 등 3개국 정도지만, 사실 다른 나라들도 프로리그가 없을 뿐이지 상당히 강국들입니다. 특히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자국 대표로 뛰면 무시할 수 없는 전력들이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KBO를 비롯해 야구계 전체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계속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인데,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2017년 3월 WBC가 열리는데, 당장 올 시즌 중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텐데요.
“용어 선택을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처럼 다년계약 형태를 원하는 건지, 현역 감독이 아닌 감독 중에 전임감독을 원하는 건지…. 야구에선 후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축구처럼 예선전이나 평가전이 계속 있으면 다년계약을 통한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필요하겠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죠. 시즌 중에는 사실 선수를 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전임감독이 프로 구단과 계약을 할 수도 있는데, 유능한 감독을 다년계약으로 묶어두고 구단으로 가는 걸 막을 수도 없고요. 현역이 아닌 분 중에 적임자를 선택해서 기술위원 등으로 임명해 선수를 계속 관찰하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베스트 답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회 몇 개월 전에 감독을 선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맡았던 고쿠보 히로키를 전임감독으로 선임해놓고 있습니다.
“고쿠보 체제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특수성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본은 NPB(일본야구기구)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요미우리신문 등이 주축이 돼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일본대표팀이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이나 대만대표팀을 초청해 이벤트 형식으로 평가전을 치르고는 있지만, 일본도 프로리그가 1년 내내 있기 때문에 대표팀을 수시로 가동하는 게 쉽지는 않죠. 우리가 꼭 따라가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2015년을 돌아보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한창 관중이 많이 들어올 시기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흥행에 악재가 발생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총관중수(736만529명)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지만, 경기당 관중수(1만223명)는 2011년 이후 가장 떨어져 위기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아요. 9구단 NC와 10구단 kt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평균관중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신생팀들이 고정팬을 확보하고 키워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외부 비디오판독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2014년 후반기에 심판합의판정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우리도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실정에 현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팬들의 눈높이는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KBO리그가 언제까지 TV 화면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었는데, 이번 사업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통과돼 부담을 덜었습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 스포츠동아DB
-올해 새롭게 문을 여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스카이돔이 팬들을 맞이합니다. 새 야구장 시대를 맞아 KBO와 각 구단이 준비할 일들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가고 있는데, 이제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따라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껍데기만 번지르르해선 안 됩니다. KBO와 구단들이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이제 덩치가 큰 잠실과 사직구장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숙제인 것 같습니다.”
-FA(프리에이전트)를 비롯한 각종 제도와 규약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당장 올해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FA 제도에 대해선 각 구단 단장과 실무자 선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2차 드래프트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3년차 신인급 선수들은 보호하고, 4년차 이상 선수들을 놓고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규약을 손질할 예정입니다.”
-스타들이 해외리그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지만, KBO리그 흥행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타들이 해외 선진리그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KBO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고, 그에 걸맞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 슈퍼스타들이 계속 빠져나가면 KBO리그가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지만, 난세에 영웅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럴 때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고, 세대교체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KBO리그에는 숙제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KBO가 준비하고 있는 2016년의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시행한 ‘세이프(SAFE) 캠페인’이 팬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올해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등 야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클린 베이스볼 캠페인’을 펼칠 예정입니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리그 확립을 위해 도박과 도핑, 부정행위 등을 방지하도록 야구계 모두가 노력할 것입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