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은 지자체에 축복…자생력 키워줘야

입력 2016-01-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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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스포츠동아DB

■ 2016년 KBO리그에 바란다

1. 야구단과 지자체는 공생관계다!

서울시 광고권 가져가면 넥센 운영비 부담
KIA도 챔피언스필드 건설 관련 특혜 논란


KBO리그는 2015년 10구단 시대를 열었고,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762만2494명·포스트시즌 포함)을 기록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선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이야말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슈퍼스타가 사라지고 있고, 양적 발전을 이룬 만큼 질적 향상도 이뤄야 하나 그렇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KBO리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스포츠동아는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한국프로야구의 지향점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야구단과 지방자치단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장 이상적 그림은 ‘공생(共生)’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서울시만 해도 그동안 야구장 운영과 관련해 구단들과 대척점에 서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2012년부터 구단에 일임했던 잠실구장 광고권을 회수해 이른바 ‘장사’를 했다. 광고권을 공개입찰에 붙여 무려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올해부터는 넥센의 홈구장을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구단에 광고권을 내줬고, 형평성을 고려해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LG와 두산에도 광고수익의 일부를 돌려주기로 약속했지만 이 또한 2년 시한부다. 2년 뒤 서울시가 광고권을 다시 가져간다면 상황은 원점이다. 얼마일지 가늠도 되지 않는 돔구장 운영비를 떠안아야 하는 넥센은 구단의 존폐 위기에까지 놓일 수 있다.

비단 서울시뿐이 아니다. KIA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건설에 300억원을 투자하면서 25년간 구장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광주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혜 시비가 일었다. 광주시의회도 당초 약속을 철회하고 야구장 운영권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신축야구장에 입주하는 삼성도, 야구장 운영권 재계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대전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화도 KIA와 광주시의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구장 운영권을 놓고 구단과 지자체간 협상의 대표사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야구단은 축복이다. 야구단도 지자체와 손을 잡고 하나로 걸어가야 구단의 숙원인 자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 눈앞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함께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공생의식이 필요하다.

구단과 지자체간 공존의 모범적 사례는 있다. 수원시는 제10구단 kt를 유치하면서 수원kt위즈파크의 광고권과 운영권을 모두 일임했다. 5년마다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25년간 장기위탁계약을 했다. 창원시도 처음에는 NC의 신축야구장으로 진통을 앓았지만, 결국 야구단과 공생하는 길을 택했다. 일례로 창원시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데려온 박석민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하는가 하면 NC의 포스트시즌 경기에 맞춰 시내 곳곳에 가을야구 엠블럼을 내걸고 시 전체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든 바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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