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수사상황에 따라 MLB사무국 징계
혐의 입증땐 형사처분·방출 불가피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피츠버그 강정호(29·사진)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일단 피츠버그 구단은 6일 세인트루이스와 원정경기에 강정호를 출장시켰다.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진 품고 간다는 뜻을 보여준 단면이다. 강정호의 향후 거취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메이저리그(MLB)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MLB사무국과 메이저리그선수노조(MLBPA)는 지난해 8월22일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발표했다. 이 협약에는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등의 사건을 일으킨 선수들을 롭 맨프레드 MLB커미셔너의 권한으로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을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다. 강정호는 성폭력 혐의를 받는 첫 사례다. 이 협약에 따라 징계를 받은 선수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30경기 출장정지), 호세 레예스(뉴욕 메츠·52경기), 헥터 올리베라(애틀랜타·82경기) 등 3명이다. 이들의 죄목은 성폭력이 아닌 가정폭력이었다. 이들 중 채프먼은 불기소, 레예스는 검찰의 고소 취하로 각각 사법처리를 면했다.
올리베라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4월14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구단은 곧바로 그를 출장제한선수 명단에 등록했다. MLB사무국은 5월27일 올리베라에게 82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사건의 공판은 7월12일 열리는데, 사법처리되기 전에 징계가 내려진 점이 눈에 띈다. 강정호는 출장제한선수 명단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이 올리베라와 다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MBC스포츠+ 손건영 해설위원은 6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올리베라는 애초에 폭행혐의를 인정했지만, 강정호는 혐의가 밝혀진 게 없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구단이 선수의 편에 선다는 얘기다. 만약 (선수의) 무혐의가 입증되면 구단에 대한 신뢰감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이어 “민감한 상황이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면서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MLB사무국은 품위 손상에 따른 출장정지 및 벌금의 징계만 내릴 것이다. 그러나 혐의가 입증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형법이 적용되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구단에서도 작별을 고할 것이다. 범죄 사실이 입증된 선수를 안고 가는 건 엄청난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예스의 사례처럼 원 소속구단에서 방출된다고 타 구단에서 뛸 기회까지 박탈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총을 쏜 채프먼이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수감됐던 맷 부시(텍사스)도 문제없이 뛰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성폭행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던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2004년 덴버에서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으나, 여성이 형사재판 포기를 신청했다.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스타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도 2010년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진 않았다. NFL 사무국이 차기 시즌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 게 전부였다. 손 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정서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강정호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이미지에 흠집이 난 건 분명하다”고 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