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쇼트트랙대표 빅토르 안(가운데). 스포츠동아DB
한승수(국군체육부대)는 18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4차 대회’ 남자 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메달을 따는 과정이 매끄럽진 못했다. 스타트를 한 뒤 첫 커브 구간에서 3위로 달리다가 4위였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에 밀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는 다시 일어서 끝까지 레이스를 마쳤지만 빅토르 안에 이어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동메달은 최종적으로 한승수에게 돌아갔다. 심판진이 빅토르 안이 한승수를 팔로 밀었다고 판단해 실격 처리했기 때문이다.
한승수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500m에서 약했는데 결승까지 올라가 비록 동메달이지만 메달을 목에 걸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는, 빅토르 안과의 충돌 상황에 대해서는 “(안)현수 형과 살짝 부딪히면서 넘어졌는데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며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국쇼트트랙에 전설과 같은) 현수 형과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승수에 따르면, 빅토르 안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을 찾아와 사과를 건넸다고 한다. 빅토르 안도 고의는 아니었지만 자신 때문에 넘어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한승수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는 “스타트하면서 내가 급해졌다. 그러다보니 (한)승수와 부딪힘이 있었다”며 “경기를 오래 했음에도 그런 실수가 나온다. (한)승수도, 나도 충돌 때문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은 한때 한국남자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던 에이스였다. 여러 가지 잡음이 일면서 2011년 돌연 러시아로 귀화하면서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가슴팍에 달고 경기를 뛰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이다. 한국 선수들과도 “경기에서는 경쟁을 하는 사이지만 경기 외적으로 만나면 여전히 선후배로 잘 지낸다”고 할 정도로 돈독한 정을 과시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에서는 적이었지만 링크장 밖에서는 남다른 동료애를 과시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강릉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