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외국인투수 피어밴드가 움켜쥔 너클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부터 너클볼 구사빈도를 대폭 늘려 KBO리그 타자들의 헛손질을 유도해내고 있다. 변화무쌍한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와 이를 받을 수 있는 포수진의 호흡이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영어사전에 ‘knuckle(너클)’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다소 거친 뜻의 풀이가 줄지어 소개된다. ‘손가락 관절’이라는 기본 뜻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먹다짐을 하다’, ‘머리를 쥐어박다’, ‘추잡하다’ 등의 숙어로 연결되는 단어가 바로 너클이다. 야구계에서도 너클이란 용어는 사전의 확장된 뜻처럼 가다듬어지지 못한 공을 일컫는데 사용된다. 일반적인 그립과 달리 손가락 바깥쪽을 이용하는 너클볼은 그 궤적을 쉽게 가늠할 수 없어 이를 상대하는 타자는 물론 포수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비밀병기로 쓰이곤 한다. 그러나 아무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함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된 너클볼을 보는 일이란 쉽지 않다. 스트라이크존은커녕 타석 어느 쪽으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 너클볼 하나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투수가 있다. kt 외국인선수 라이언 피어밴드(32)다.
● 올해 너클볼 비율 34.22%…타자들은 속수무책
2015년 넥센에 입단해 지난 시즌 도중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피어밴드는 선수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너클볼을 처음 배웠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타자들이 제대로 손을 대지도 못하는 모습에 점차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너클볼을 구사하는데 늘 걸림돌이 있었다. 이를 확실하게 받아줄 포수가 없다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고향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피어밴드가 너클볼을 애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피어밴드는 올해부터 너클볼 활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너클볼을 받을 줄 아는 포수 이해창(30)과 장성우(28)가 나란히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고 나선 11경기에서 총 1176구를 던졌는데 너클볼은 4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2경기에서 187구를 던지는 동안 무려 64개의 너클볼을 던졌다. 구사 비율이 3.66%에서 34.22%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직구(60개)보다도 너클볼 빈도가 높을 정도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너클볼이 결정구가 됐다는 점이다. 피어밴드는 올해 2경기에서 14삼진을 챙겼는데 이 가운데 7개의 삼진 결정구가 너클볼이었다. 2일 SK전에선 1회 최정과 2회 이재원이 너클볼에 당했고, 한국 무대 첫 완봉승을 거둔 9일엔 5명의 삼성 타자들이 타석에서 물러나야했다.
너클볼을 앞세워 개막 2연승을 달린 피어밴드는 “미국에서 아버지에게 직접 전수받아 고등학교 시절부터 너클볼을 던졌다”면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너클볼을 연마하는데 더욱 힘썼고, 스프링캠프에선 이해창과 장성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둘 덕분에 이젠 너클볼을 던지는데 걱정이 없다”며 밝게 웃었다.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t 선발 피어밴드가 8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향하며 이해창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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