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지석훈-김경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주전 3루수로 발돋움한 지석훈(31)을 보면 대견하게 여긴다. 평소 고생하는 선수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김 감독은 오랫동안 무명생활 끝에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는 지석훈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지석훈을 쉬게 해주고 싶지만 규정타석을 채워주고 싶어 계속 기용한다”면서 “한동안 부진하다 지난번에 한방에 만회를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역전 드라마를 만든 9월 13일 마산 SK전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날 지석훈은 9회말 생애 첫 끝내기 3점홈런을 날리는 등 5타수 5안타 4타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NC는 7회초까지 3-11로 8점차로 뒤졌고, 9회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6-11로 5점차로 크게 밀려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9회말에 9-11로 따라붙은 뒤 계속된 2사 1·2루서 지석훈이 끝내기 3점홈런을 뽑아내면서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완성했다. 역대 9회말 최다점수차 역전승 타이기록이었다.
김 감독은 “한동안 부진하기는 했지만, 사실 지석훈이 시즌 초반부터 잘해주면서 팀에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9월 13일의 끝내기 홈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칭찬과 동시에 채찍을 들었다. “잘한 것은 빨리 잊고 못한 부분을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타자가 3할을 치더라도, 잘 친 3안타보다는 못 친 7개의 범타를 마음속에 두고 있어야한다는 것. 실패를 만회하려고 노력해야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는 자신이 잘한 것만 기억하려고 하지만, 감독은 선수가 못한 것을 기억하게 된다”면서 “잘한 것을 오래 기억하는 선수보다 잘못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수정할 수 있는 선수가 롱런한다”고 덧붙였다. 지석훈이 올 시즌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가 되기를 기대했다.
지석훈은 18일 한화전에서 4타석에 들어서 2루타 포함 2타수 2안타, 사구 2개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2타점과 2득점도 올리며 팀의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까지 총 126경기에 출장해 436타석에 들어섰다. 올 시즌 규정타석은 446타석(144경기×3.1). 지석훈은 앞으로 10타석만 더 나서면 생애 첫 규정타석을 채우게 된다. NC도 사상 최초로 주전 9명 전원 규정타석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