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헨리 소사-NC 김진성(오른쪽). 스포츠동아DB
LG 소사 150km 강속구로 선발투수 1위
승부처 투입되는 불펜투수가 유도율 높아
투수는 필드 안에 들어오는 타구에 대해 통제능력이 없다. 그 타구는 잘 맞든, 빗맞든 야수의 수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야수진의 수비능력과 수비위치에 따라 투수의 피안타율과 방어율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부변수를 최소화하는 탈삼진 능력이 빼어난 투수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탈삼진은 투수의 자력으로만 아웃을 잡아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중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다. 타자가 손도 대지 못하는 ‘필살기’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어서다.
● 헛스윙 유도율이 가장 높은 투수는?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한 결과, 2015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헛스윙 유도율이 높았던 선발투수는 LG 헨리 소사다. 소사의 헛스윙 유도 비율은 12.5%였다. 평균 시속 150km를 웃도는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어 2위(이재학·12.2%), 3위(스튜어트·11.5%), 5위(해커·11.0%)가 모두 NC 투수들이었다. NC 선발진이 2016시즌에도 위력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가 내포돼 있다. 좌완투수로는 삼성 차우찬이 유일하게 4위(11.3%)에 포함됐다. 차우찬은 9이닝당 탈삼진 수에서도 KBO리그 전체 1위(10.09개)였다. 9이닝 당 볼넷 수치(3.85개·전체 3위)도 높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제구력 기복을 줄인다면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수가 될 만한 자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펜투수 중에선 NC 김진성이 15.8%로 1위였다. 승부처에서 투입되는 불펜투수의 속성 상, ‘필살기’의 위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수 있다. 삼성 심창민(2위·14.6%), 전 삼성 임창용(4위·13.3%), 넥센 마정길(5위·13.2%) 같은 사이드암 투수의 순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좌완 마무리 이현승이 3위(13.4%)에 올랐는데, 두산 뒷문이 단단해지는 원동력이었다.
● 헛스윙 유도율이 낮은 투수는 가치가 떨어질까?
흥미로운 사실은 헛스윙 유도율 최저 5걸 선발투수의 면면이다. 한화 안영명(5.4%)을 필두로 KIA 임준혁(6.3%)과 스틴슨(6.6%), 두산 유희관(6.9%), 삼성 클로이드(7.1%)까지 꽤 괜찮은 선발투수들이 등장한다. 투수란 보직이 꼭 손도 못 대는 공을 던지지 않아도 배트 중심에 맞지 않을 수 있는 요령을 갖추고 있으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실제로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2015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톱5 중에서 헛스윙 유도율 톱5와 겹치는 투수는 NC 해커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헛스윙 유도율이 낮은 불펜투수는 실제 성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짧은 순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불펜투수의 속성상, 경기를 끌고 가는 능력보다 공 자체의 위력이 중요하다는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