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허진호 감독 “韓 배우·감독 中 진출 늘어날 것”

입력 2012-05-25 20: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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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아시아 영화의 ‘하이브리드’ 시대다. 국경을 넘어 기술과 자본이 융합하고 인적 자원과 무대가 섞이며 독창적인 이야기가 탄생하고 있다.

폐막을 향해 치닫고 있는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다양한 콘텐츠가 가득한 아시아 영화들이 소개됐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이 제작해 배급하는 영화, 장동건과 장쯔이·장바이쯔(장백지)가 주연한 ‘위험한 관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2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영화제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옆 파빌리온에서 허진호 감독과 장바이쯔가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국경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는 영화인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돼 칸을 찾은 허진호 감독은 “서로 다른 나라 언어의 문제가 있었지만 영화를 해오며 서로 나눴던 감정이 있으니 믿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험한 관계’는 동명의 프랑스 유명 소설이 원작. 한국에서도 배용준·전도연 주연의 ‘스캔들 남녀상열지사’란 영화로 제작돼 친숙하다.

중국 제작사인 중보촨메이가 총 2억 위안(한화 약 4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남자와 색깔이 다른 두 여자가 나누는 치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원작이 유명해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영화로 제작된 소설”이라며 “내가 남녀의 멜로를 계속 만들어서인지 익숙하게 연출했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은 정우성 주연의 한·중합작 ‘호우시절’을 연출하며 중보촨메이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첸웨이밍과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중보촨메이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을 제작했고 허 감독의 ‘외출’을 수입해 중국에 배급한 회사이기도 하다.

“‘호우시절’의 연출 경험이 중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고 밝힌 허 감독은 “첸웨이밍 프로듀서가 나의 기존 연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상업적인 규모의 시대극을 만들자고 제의했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이날 공개된 400억원 상당의 제작비는 1930년대 상하이를 재현하는 대규모 세트와 컴퓨터그래픽 등에 따른 비용.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의 제작 규모를 엿볼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최근 한국의 영화감독들의 중국 진출이 잦아지는 이유에 대해 허 감독은 “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그만큼 관객의 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감독과 배우의 중국 진출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바이쯔와 장쯔이, 장동건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이유도 밝혔다.

“중국의 많은 여배우를 만나는 과정에서 장바이쯔는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으며 ‘나는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외롭다’는 것까지 고백했다”며 “청순하게 보이는 장바이쯔에게 실은 카리스마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쯔이 역시 데뷔 초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의 분위기를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밝혀와 ‘위험한 관계’에 합류했다. 한국영화 ‘스캔들’과 비교하면 장쯔이는 전도연, 장바이쯔는 이미숙 역이다.

둘 사이에 놓인 남자 장동건을 두고 허진호 감독은 “주어진 중국어 대사를 완벽히 외우고 현장으로 왔다”며 “장동건 자신도 반듯한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 영화에 함께 했다”고 말했다.

‘위험한 관계’는 후반작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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