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제국의아이들 리더 문준영. 스포츠동아DB
공정위, 점진적 동등 분배 ‘슬라이딩 시스템’ 권장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리더 문준영이 최근 소속사의 수익금 정산에 문제를 제기하며 ‘7(소속사):3(가수)’의 수익배분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23일 SNS에 아이돌 그룹의 현실을 꼬집으며 “7:3은 비교적 좋은 조건이다. 8:2나 9:1도 많다”면서 “불평등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음반기획사와 가수의 수익배분율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른바 ‘노예계약’을 막겠다며 2009년에 마련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따르지만 가수가 수익배분율에 불만을 품고 기획사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이번 ‘문준영 사태’로 인해 또 다시 그 과정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각 기획사와 가수들은 신규 계약 및 재계약을 맺으며 ‘8:2∼5:5’ 등 다양한 분배율을 적용한다. 이에 앞서 기획사는 가수를 키우는 데 투입된 비용을 먼저 고려한다.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대철도 “아이돌 그룹 하나 키워내는 데 6∼10억원 혹은 그 이상도 든다”고 할 정도다. 또 매니지먼트 및 마케팅비 등 가수 활동 관련 비용을 예측한다. 이미 쓴 비용과 쓸 돈을 따진 뒤 기대수입에서 공제할 비율을 먼저 책정하고 수익배분율을 정한다.
사진출처|신대철 페이스북 캡처
신인의 입장에선 웬만하면 기획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다는 특성을 파악한 공정위도 이런 점을 감안해 수익이 늘어날수록 가수의 배분율을 높여주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권하고 있다. 이는 가수가 기획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재화와 용역을 투입해 발생하는 이익을 함께 나누는 ‘동업자’ 개념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기획사들이 연습생이나 신인보다는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고 결국 갑과 을의 종속관계가 되기도 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 “아이돌 등 연예인 계약은 보통 동업자를 빙자한 불평등 계약”(신대철)이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