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한류 콘텐츠 잠식 나섰다

입력 2015-01-2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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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FTA 체결의 명과 암

中, 해외콘텐츠 제한 등 규제 강화
‘하이드 지킬, 나’ 직격탄 손해 막심
콘텐츠 수출 위해 공동제작 불가피
“한국, 제작 대행으로 전락” 우려도

21일 첫 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하이드). 톱스타 현빈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내는 물론 한류스타로서 현빈의 활약을 기대하는 해외의 관심도 높았다. 이에 따라 드라마 판권 수출 등에 대한 제작진의 기대치도 컸다. 하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비한 중국 측의 발빠른(?) 대응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SBS와 제작진은 직전 방송한 ‘피노키오’가 역대 최고가인 회당 3억원에 팔린 만큼, ‘하이드’가 그 수준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중국 측이 제의한 금액은 그 3분의1 수준인 약 1억1000만원. 결국 1억3000만원에 계약을 마쳤지만 방송사와 제작진으로선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 ‘한중 FTA, 열린 빗장만큼 또 다른 빗장이’

‘하이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중국신문출판광전총국이 지난해 9월 내놓은 ‘온라인 해외 동영상 관리와 관련된 규정에 따른 통지’.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려는 중국 측은 이를 한중 FTA 발효 이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월1일부터 전격 시행하면서 ‘하이드’가 그 첫 대상이 됐다.

이 규정은 ‘각 사이트의 연간 해외 콘텐츠 수입량이 중국 콘텐츠 총량의 30%를 넘기면 안 된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중국의 사전심의 절차는 짧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국내 드라마 콘텐츠는 불법다운로드 등을 통해 쉽게 유포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사전심의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동시간대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전심의라는 벽에 부딪히게 됐다. 국내 드라마 관계자들은 “중국 측의 움직임은 콘텐츠의 가치만 떨어뜨려 결국 한국 드라마 콘텐츠를 헐값에 사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며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 “공동제작을 노려라?”

이와 관련해 공동제작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동제작의 경우 심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 등을 만든 HB엔터테인먼트 윤현보 드라마본부장은 “실질적 효과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중국과 공동제작을 통한 협력이 그나마 좋은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공동제작을 통해 중국 자본을 좀 더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중국 자본으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고, 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도 “투자 자본이 많으면 ‘메이드 인 차이나’ 즉, 중국 드라마가 되고, 나중엔 국내 제작진은 대행자로 전락할 수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물론 정부 당국 모두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에 비춰 이제는 실질적인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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