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19세의 소녀그룹 오마이걸은 4월 데뷔 이후 처음 미국길에 나섰다가 비자 문제로 입국을 거부당하며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동아닷컴DB
공항서 미흡한 상황대처와 해명도 논란
가요계에 8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국 입국 거부 해프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테러 이후 미국이 입출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오마이걸이 선의의 피해를 입은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행 중 영어숙련자가 없었던 탓에 현명하게 대처 못했다는 지적이 더 많다. 입국심사를 강화한 분위기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고, 더욱이 어설픈 영어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오마이걸은 새 음반 화보 촬영을 위해 9일 미국 LA로 출국했다. 현지 아시아계 음악인들의 시상식 ‘언포게터블 2015’에 “얼굴을 비추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문제는 입국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한 뒤 시작됐다.
공항 세관원은 오마이컬 멤버들에게 “서로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이에 “시스터”(자매)라는 누군가의 대답이 나왔다. 직후 이들은 짐 수색을 당했고, 결국 “최근 미국 내에서 큰 이슈가 된 ‘직업여성’으로 오해를 받게 됐다”.
이 같은 해명은 자신들의 입국 거부가 미국 당국의 일방적 오해와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후유증을 남기기까지 했다. 혐한 보도를 일삼는 일본의 일부 언론은 “한국 아이돌 그룹, 매춘 혐의로 미국 공항서 구속”이란 자극적 카피로 이번 해프닝을 전했다. 10대 어린 멤버들에게 ‘직업여성’이란 단어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좀 더 세련된 해명이 필요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LA타임즈는 13일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을 성 노동자로 착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행 목적에 대해 거짓말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이들이 관광객을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니라 공연에 필요한 P1비자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측은 “‘언포게터블 2015’는 오마이걸의 단독 공연이 아니며, 현지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한 단순참석이어서 공연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WM엔터테인먼트는 “약 15시간의 장시간 억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멤버들을 위해 귀국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LA타임즈는 “입국 거부자는 같은 항공사의 가장 빠른 왕복노선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규정이며, 해당 비행편이 15시간 후에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내 많은 가수들이 ‘좋은 그림’을 위해 미국에서 뮤직비디오와 화보를 찍을 것이다. 케이팝의 세계화 추세에 맞춰 영어는 물론 외국문화와 정책에 대한 이해와 숙지의 필요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오마이걸의 해프닝이 여실히 보여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