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화상으로 31번 수술 이겨냈던 연극인 이동근, 세상 떠나

입력 2017-04-22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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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고 이동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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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사고로 전신 50%에 3도 화상을 입고 31번의 수술을 견뎌낸 연극기획자인 이동근(31) 프로듀서가 21일 사망했다. 사인은 조사 중이다.

지난해 2015년 1월 불의의 화재사고로 전신 50%에 3도 화상을 입었던 그는 죽음의 문턱을 넘기는 시간을 보내며 31번의 수술을 견뎌냈다.

이후 고인은 화재사고 보상으로 받은 모험금으로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를 차렸다. 아이디라는 사명은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이란 영어 단어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대한민국 희곡작가전’ 등 10편이 넘는 연극과 축제를 기획한 데 이어 자전적 연극 ‘주먹쥐고치삼’을 내놓았다.

유작 ‘주먹 쥐고 치삼’은 그가 화상 환자로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세상에 던지는 선언 같은 작품이다. 전신화상을 입은 주인공 문치삼이 사망보험금으로 자신의 삶을 다룬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실제로 고인은 중학교 교내 연극제를 통해 연극에 매력에 빠지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주말마다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와서 연극을 보며 꿈을 키웠다. 고교 졸업 후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연극을 접고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1년에 200편 가까이 연극을 보고, 연극인들을 인터뷰하고 연극 잡지와 평론집을 탐독하며 꿈을 키운 끝에 마침내 공연기획자가 됐다. 이후 처음 기획한 연극 축제를 성공리에 마친 뒤 2015년 1월16일 불의의 화재사고로 전신 50% 3도 화상을 입었다.

피부가 녹아 내려 얼굴과 몸이 망가지고, 성대가 달라붙어 목에 꽂은 튜브를 막지 않으면 말도 할 수 없다. 8개월간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끝에 31번이 넘는 수술을 견뎌야 했다. 고인은 생전에 “상처 때문에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연극을 하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좋은병원(구 한미병원) 특2호실이며 발인은 23일이다. 02-984-5000.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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