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故 신성일 발인…엄앵란, 눈물 없이 담담히 남편 배웅 (종합)

입력 2018-11-06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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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故 신성일 발인…엄앵란, 눈물 없이 담담히 남편 배웅 (종합)

한국영화계의 역사이자 전설이었던 배우 신성일은 우리의 곁을 떠나는 길에도 별처럼 빛났다.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던 故 신성일. 마지막까지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던 천생 배우였던 그는 지난 4일 오전 2시 30분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영화인장(3일장)으로 거행됐다.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배우 안성기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아내 엄앵란 등 가족과 친지들이 장례식장을 지킨 가운데 많은 영화계 동료들이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최불암을 비롯해 이순재, 송해, 김수미, 임하룡, 선우용녀, 문성근, 박상원, 조인성, 정지영 감독, 이창동 감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빈소를 찾았으며 김혜수, 송혜교, 송강호, 박중훈, 장동건, 고소영, 박찬욱 감독, 강제규 감독 그리고 이낙역 국무총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근조화환을 보냈다.


발인에 앞서 6일 오전 10시 영결식이 엄수됐다. 배우 독고영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엄앵란이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영결식장에 입장한 남편의 영정과 운구를 바라보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故 신성일의 인생과 업적을 돌아보는 추모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코끝이 찡한 모습이었다.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그저 가슴이 먹먹합니다. 선배님에 대한 찬사는 길게 올리지 않겠습니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선배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선배님처럼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대단한 대스타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배님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스타였습니다. 선배님은 배우가 되어 왕도 되어보고 영웅도 되어보고 만인의 연인으로 살아보셨으니 이 세상의 미련은 버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선배님 같은 은총과 축복을 누린 인생이 과연 있었겠습니까”라며 “같은 시대에 산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선배님은 한국 영화의 전설이었고 역사였습니다. 이제 선배님은 하늘의 별이 되셨으니 지상에 살아있는 가족들을 살펴보시고 영화의 길을 밝게 비춰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큰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육신의 죽음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로 추도사를 마쳤다.


이어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불과 한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걸어오시던 선배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내가 여기 왔으니 걱정 말라’는 듯 모두를 바라보던 눈빛은 영화인들에게 무한한 든든함이었습니다. 500편이 넘는 수많은 영화를 남긴 선배님은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되셨습니다”라고 추도했다. 이어 “선배님은 한국 사회사의 표상이자 스타였습니다. 매 순간 영화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주신 선배님. 그 애정을 기억하겠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의 모범이 되고 목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늘에서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독고영재는 故 신성일과의 만남을 약속했던 사연을 언급하면서 “며칠 전에 연락 오셔서 ‘집 앞에 차도를 수리하는 바람에 차가 못 올라올까 걱정된다. 내년 생일에 만나서 재밌는 이야기 나누자’고 하셨는데 우리 곁을 떠나셨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영화계의 부흥을 이끈 별이 떠나는 길, 헌화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조문객들이 모였다. 헌화를 마친 후 유가족 대표로 선 아내 엄앵란은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보니까 ‘참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떠나는 남편을 울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 ‘왜 안 우느냐’고들 하는데 울면 그 망자가 떠나기 마음이 아파서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하더라. 참고 있다. 이따 집에 가서 밤 12시에 이불 덮고 실컷 울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정말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남편이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선녀 같이 공경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여러분은 댁에 있는 부인들에게 잘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엄앵란은 발인에서도 덤덤한 표정으로 남편을 떠나보냈다.

故 신성일의 장지는 생전 노년을 보냈던 경북 영천의 선영. 한국 영화의 역사와 함께했던 고인은 이곳에서 영면에 든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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