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이사간담회를 열고 올 시즌 대회요강을 손질하면서 경기운영 세칙을 변경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끝장승부’는 폐지되고, 2004년 이후 5년 만에 133경기 체제로 복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연장전은 12회까지 진행하기로 하면서 승률 계산시 무승부는 패배와 같이 취급하기로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방식도 수정돼 지난해 7전4선승제로 치러졌던 플레이오프가 5전3선승제로 환원됐다. 결론은 나왔지만 또다시 찬반양론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제한 연장승부를 지지하는 쪽은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도 않은 채 단 한 시즌 만에 접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133경기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일선 감독들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할 바에야 KBO가 왜 감독자회의를 소집했느냐”며 성토하고 있다. 제도변경과 이에 따른 갑론을박이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관람료를 지불하고 프로야구를 소비하는 팬들로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제도는 바뀔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발전을 위한 최선책을 모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해마다 바뀌지는 않는다. 일정한 틀이 있고, 기준이 있다. 제도 하나를 변경하기 위해 수년간 면밀한 사전조사와 토론을 벌인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한번 시행해보고, 반대급부가 발생하면 내년에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깔려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야구에서의 기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경기수가 다르면 기록비교도 의미가 축소된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는 역사성이 중요하다. 제도 하나를 변경할 때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바꾸기 전에 충분히 토론하고 논쟁해야 하지만, 한번 정한 룰은 일부의 불만과 주장으로 쉽게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프로야구도 올해로 28년째에 접어든다. 이젠 미래를 바라보고 우리만의 틀을 갖출 때도 됐다. 페넌트레이스 경기수만 해도 1998년부터 최근 10여년 사이에 126경기→132경기→133경기→126경기→133경기로 수차례 오락가락했다. 잦은 제도변경은 프로야구를 갉아먹는다. 발전은 커녕 정체성마저 뒤흔드는 독이 될 뿐이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