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창 판소리는 하나의 ‘위대한 도전’이다. 창자에게나 청자에게나 그것은 도전이 된다. 1인의 예술적 능력을 극한치까지 시험하는 판소리와 같은 장르는 세상에 다시없다. 스포츠로 치면 울트라마라톤, 철인경기에 가깝다.
2003년 유네스코는 판소리를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했다. 누군가로부터 “판소리가 있어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라는 고백을 들은 일도 있다. 확실히 판소리는 한국인에게 있어 일종의 예술적 성지와도 같다. 그런 점에서 판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숭배이자 기도이다.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공연이 올해로 24주년을 맞았다. 2009년 완창판소리는 28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김일구 명창의 ‘박봉술제 적벽가’로 문을 연 뒤 12월 송순섭 명창의 ‘박봉술제 수궁가’로 막을 내리게 된다.
판소리 완창은 특별한 수련과 공력을 요구하는 작업이기에 옛 명창들도 함부로 도전할 수 없어서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1930년대만 해도 ‘쑥대머리’나 ‘추월만정’과 같은 토막소리가 주로 불렸고, 1940~50년대엔 국극 등의 ‘연극소리’가 유행해 완창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판소리 완창이 공연 형식으로 처음 오른 것은 1968년 박동진 명창의 5시간짜리 ‘흥보가’가 시초였다. 이어 1984년 12월 국립극장에서 신재효 선생 100주기 기념으로 박동진, 성창순, 조통달, 오정숙 명창이 나흘에 걸쳐 완창 공연을 펼치면서 판소리 완창의 가능성이 입증됐다.
이듬해 본격적인 상설무대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가 생기면서 바야흐로 판소리의 완창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매년 꾸준히 완창 무대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판소리 = 완창’이란 개념이 생기게 됐다. 요즘은 어린이 소리꾼들도 5~6시간이 넘는 판소리 완창에 도전해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웬만큼 소리공부를 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판소리 완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국립극장에서는 200여명의 명창이 기량을 뽐냈으며 7만5000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가 단일공연으로는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원로 명창뿐만 아니라 30~40대의 젊은 명창들도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 판소리의 내일을 밝게 하고 있다.
○ 2009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
김일구 ‘박봉술제 적벽가’ 3월 28일(토) 3시|KB청소년하늘극장
모보경 ‘정정렬제 춘향가’ 4월 25일(토) 3시|달오름극장
전인삼 ‘강도근제 흥보가’ 5월 30일(토) 3시|달오름극장
김미나 ‘동초제 심청가’ 6월 27일(토) 3시|달오름극장
안숙선 ‘김소희제 춘향가’ 8월 15일(토) 7시|KB청소년하늘극장
정회석 ‘보성소리 심청가’ 9월 26일(토) 3시|달오름극장
이난초 ‘강도근제 흥보가’ 10월 31일(토) 3시|달오름극장
정옥향 ‘정광수제 수궁가’ 11월 28일(토) 3시|달오름극장
송순섭 ‘박봉술제 수궁가’ 12월 31일(목) 8시|달오름극장
전석 2만원(5회 관람권 얼쑤티켓 5만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5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