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대중음악’의 고유명사가 돼버린 유리상자.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밝고 경쾌한 노래로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트라이펙타
달콤한하모니대신경쾌한리듬‘돈워리…’로불황속희망전파
남성 듀오 유리상자는 가요계에서 특별한 ‘고유명사’로 통한다. ‘따뜻한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룹이 바로 유리상자이기 때문이다.
중년에 접어든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미성 섞인 화음과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이는 감미로운 멜로디는 유리상자 음악의 장기이자 대중 곁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은 원동력이다.
10년 넘도록 변함없이 훈훈한 음악을 만들어온 유리상자의 박승화(40), 이세준(37)이 10.5집을 내놓았다.
‘괜찮아 잘 될거야’라고 외치는 타이틀곡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는 로큰롤이 가미된 경쾌한 리듬의 노래다.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불황’, ‘불경기’, ‘실업’ 등 우울한 단어들을 잠시 잊고 “새로운 시작에 나서자”고 용기를 북돋는 응원가에 가깝다. 이 노래는 그동안 ‘사랑해도 될까요’, ‘신부에게’처럼 영원한 사랑을 주로 불렀던 유리상자가 “함께 웃어보자”고 권유하는 첫 외침이기도 하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좋은 일만 있겠어요. 걱정은 그만하고 웃자고 권유하는 노래에요. 부르면서 저희도 기운을 얻어요. 화음에 신경을 쏟고 긴장하는 대신 ‘픽’ 웃으며 여유롭게 부를 수 있죠(이세준).”
유리상자가 ‘흥행이 보장된’ 사랑 노래 대신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발표한 이유는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다. 박승화는 “유쾌한 일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중가수로, 대중에게 힘을 주는 방법은 노래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리상자만의 애잔한 감성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노래도 함께 담았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이 대표적이다. 슬픈 추억을 읊은 이 노래는 유리상자가 빚어내는 순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올해로 데뷔 12년째를 맞는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연 횟수가 600회에 이를 정도로 ‘콘서트 선호형 그룹’이다. 1년에 평균 50회의 공연을 소화한 셈. 완성도 있는 노래가 없다면, 그리고 그 노래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유리상자는 10.5집 발매를 기념해 또 한 번 공연을 갖는다.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7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만드는 이번 공연은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서울 성동구 왕십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다.
“음악적으로 잘난 건 없어요. 남들 하는 만큼만 했죠. 그래도 내세울 게 있다면 12년 동안 멤버교체 없이 꾸준히 음악을 했다는 거예요(이세준).”
“2001년 발표한 5집 이후 음반으로 수익을 얻은 적은 없어요. 그런데도 계속 CD발매를 고집하는 건 소장가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죠. CD로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에요(박승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