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안재형 부자. 스포츠동아DB
병훈이 프로전향은 시간문제죠
“탁구 감독을 할 때보다 골프 아빠가 더 어렵더라!”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최연소(17세11개월) 우승을 차지한 안병훈의 부친 안재형(44) 전 탁구감독의 말이다.
10일 한국오픈에 캐디로 아들과 함께 나선 안재형 감독은 “감독으로 많은 선수들을 가르쳤지만 아들을 가르칠 때는 감독의 입장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들은 나를 감독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아들의 눈에는 그저 아버지일 뿐인 것 같다”며 웃었다.
2006년부터 아들의 캐디로 나서고 있는 안 감독은 “어깨가 뻐근하고 굳은살이 생긴 것 말고는 힘들지 않다. 오히려 잘 쳤을 때는 전혀 힘들 줄 모른다”고 말했다.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 이후 온통 관심은 안병훈의 프로 데뷔다. 이제 겨우 17세를 넘긴 나이지만 이시카와 료, 대니 리 등 10대 스타들이 한꺼번에 탄생하면서 전 세계 골프계가 흥분한 상태다.
안 감독은 “벌써부터 언제 프로로 전향할 것이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정하지 않았다. 병훈이 가야할 길은 두 가지다. 아마추어에서 좀더 실력을 가다듬고 프로로 전향하는 길과 대니 리 처럼 빨리 프로로 뛰어들어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다. 아직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프로가 돼 좋은 성적은 거두는 것이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다.
탁구로 세계를 평정했던 안 감독의 눈에는 여전히 탁구가 더 어려워 보인다. “골프를 보면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큰 선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탁구는 그렇지 않다. 10살이 넘으면 감각적으로 뒤쳐져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어렵다. 단지 골프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보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골프가 참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게 골프다. 본업을 접고 아들의 캐디로 일하고 있지만 안 감독은 머릿속엔 온통 탁구 생각뿐이다. “병훈이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아마 프로가 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이든, 남극이든 어디에 있든지 탁구를 잊어본 적은 없다”며 탁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라운드를 마친 안병훈의 성적은 4오버파 75타로 공동 88위 머물렀다. 예상 밖의 부진이지만 안 감독은 만족해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프로 대회는 처음이라 병훈이도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성적에 관계없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길 바란다”며 코스를 빠져 나왔다.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온 가족이 모일 기회가 자주 없었던 안 감독의 가족은 이날 모처럼 재회했다. 부인 자오즈민(46) 씨가 골프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천안|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