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선수 출신의 삼성 이우선(27)은 올 시즌을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안지만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갑자기 얻게 된 선발기회. 얼떨떨한 상태에서 등판한 6월 11일 문학 SK전에서 4.1이닝 3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고, 등판할 때마다 팀을 승리로 이끌며 이름 석자를 알렸다. 게다가 SK 송은범, 롯데 송승준, 한화 류현진, 두산 김선우, 히어로즈 장원삼, SK 김광현 등 각 팀 에이스와 맞붙어 결과적으로 승리하면서 ‘에이스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한계가 왔다. 처음 경험해보는 1군 선발로테이션에 체력이 곧 바닥났다. 이우선은 다시 2군행 버스를 타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체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고, 투구는 스피드를 높이기보다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의 내년 시즌 목표도 몇 승, 방어율 몇 점이 아니다. “어느 위치에 있어도 등판하면 겁 없이 던지겠다”는 게 전부다. 3차례 미지명이라는 아픔을 딛고 신고선수 신분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우선. ‘기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두 번째 도전에 나서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