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적…12명과 싸웠다

입력 2009-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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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클럽월드컵 결승진출 실패
3명 무더기 퇴장…심판판정에 발목잡혀
감독 선수 등 ‘이적 루머’로 조직력 붕괴
FIFA 음모론 ‘뒤숭숭’…19일 3∼4위전


포항 스틸러스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투디안테스(아르헨티나)와의 2009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결승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47분과 후반 7분 베니테스에게 연속 골을 허용한 포항은 후반 26분 김형일의 헤딩 패스를 받은 데닐손이 만회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황재원, 김재성, 신화용이 잇달아 퇴장당해 결국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포항은 19일 밤 10시, 3∼4위전을 치른다.


○뒤숭숭한 분위기

이름값에서 타 팀에 뒤진다는 항간의 평가에도 불구, 국내와 아시아 무대에서 휘몰아친 ‘파리아스 매직’의 원천은 탄탄한 조직력이다. 여기에 완벽에 가까운 정보 수집이 이뤄지며 최강이 됐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평소보다 뒤숭숭했다.

올 시즌을 성공리에 마친 포항은 대회를 앞두고 최효진, 노병준의 이적설이 나돌면서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해야 했다. 아울러 클럽월드컵 준비로 재계약 건 등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루머들이 나돈 게 사실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사령탑도 ‘이적설’의 희생양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클럽과 계약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터진 14일, 포항은 “황당하다”는 파리아스 감독의 코멘트가 담긴 보도자료를 내는 등 쓸데없는 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우리 분위기는 최고”란 포항 구단 입장과는 달리, K리그 관계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선수단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

판정 시비는 클럽월드컵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포항은 무려 3명이 퇴장당했다.

평소 점잖기로 정평난 파리아스 감독조차 “수치스러운 경기였다. 대회 신임도가 위태롭다”고 공개적인 비판을 가했을 정도로 로베르토 로세티(이탈리아) 주심의 휘슬은 포항에 유독 가혹했다. 전반부터 무더기 경고를 받은 포항은 후반 11분 주장 황재원의 퇴장을 시작으로 김재성에 이어 후반 32분에는 골키퍼 신화용마저 경고 없이 곧바로 퇴장당해 동점골을 뽑을 여력을 잃고 말았다. 외국 언론들도 포항을 옹호하는 입장. 걸프뉴스, 내셔널 등 현지 미디어들은 ‘지나치게 많은 카드를 남발한 주심이 경기의 흐름을 끊어놓았다’는 내용의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경기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도 보다 흥미로운 매치업을 만들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포항이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FIFA 음모론’까지 제기돼 파리아스 감독이 “판정만을 탓할 뿐, 음모를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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