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U-20 청소년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끈 김보경의 주가가 허정무호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이들은 확실한 장기가 있었다. 이천수는 탁월한 개인기에 어떤 상대에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이 좋았다. 차두리는 스피드와 파워가 남달랐다.
둘은 2001년 가능성을 확인받은 뒤 2002년 1월 미국 골드컵과 3월 라 망가 전지훈련을 통해서 확실하게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월드컵 무대에서 주역은 아니었지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도전기를 써가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허정무 사단의 스페인 전훈에 합류한 유일한 대학생 김보경(21)이다. 최근 일본 J리그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전훈 멤버 발표 당시 그는 유일한 대학생 멤버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열렸던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행을 이끌었고, 12월 올림픽대표 한일전에서도 화려한 왼발을 자랑한 끝에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표팀 체력테스트 멤버로 발탁될 때만해도 “월드컵 무대는 꿈도 꾸지 않았다”고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전훈 멤버로 발탁되자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돌아오지 않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혀 시선을 모았다. 그랬던 그가 일을 냈다.
남아공에서 열린 3번째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그것도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를 상대할 경기장에서 주특기인 왼발 중거리포를 가동했다.
김보경은 남아공에서 눈에 띄는 플레이로 확실하게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탁월한 왼발 사용 능력을 비롯해 간결한 볼 트래핑과 정확한 짧은 패스, 대담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과 경기를 읽는 시야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몸싸움에 약한 게 흠이지만 프로 경력이 있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19살 이동국이 주목을 받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는 21살 이천수, 22살 차두리가 바통을 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21살의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꿈의 무대에 데뷔했다. 김보경이 선배들처럼 어린나이에 월드컵에 나서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임팩트가 필요하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핀란드,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힘과 투지를 보여준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마르베야(스페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