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남자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레프트 공격수 신영수(28)의 지난 주 성적표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를 지난 주 ‘핫(hot) 플레이어’로 선정하는 데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을 살펴보면 자격이 충분하다.
신영수는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2세트에서만 9점을 뽑아내며 세트를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뛰면서도 스스로 ‘오늘은 뭔가 되겠는데’라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2세트 막판 블로킹을 하고 착지하는 데 허리 쪽에 통증이 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 그날 다시 코트에 서지 못했다.
팀은 접전 끝에 3-2로 이겼지만 마음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선수생활을 해오며 별반 다쳐본 적이 없었던 부위라 더 속상했다.
“팀이 승리해서 다행이긴 하죠. 하지만 기분은 정말 안 좋았어요. 컨디션도 정말 좋았고 경기도 잘 풀리기 시작하는 때였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대한항공은 이후 1주일 간 경기가 없었고, 신영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17일 신협상무와의 경기에 다시 출전했다.
아직 허리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16점에 블로킹을 6개나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부상에도 그가 이를 악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올 시즌은 신영수에게 여러모로 남다르다. 올 시즌을 마친 뒤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프로 원년 멤버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해 입대 전 팀에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개인타이틀 욕심은 버린 지 오래. 머릿속에는 오직 팀 우승 생각 밖에 없다.
우승을 위한 1차 관문은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것. 그래서 19일 홈에서 벌어지는 LIG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경기는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작년 5월 결혼한 동갑내기 신부 이혜진 씨와 사이에서 생긴 아들이 5월 태어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을 차지한다면 새로 태어날 아들에게 더 좋은 선물은 없을 터.
“재작년부터 시즌 시작할 때는 참 느낌이 좋았는데 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어요.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딱 한 걸음을 더 내딛지를 못해 더 아쉬웠죠. 올 시즌도 초반에는 좋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을 잡은 게 반전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개인 타이틀이요? 아직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팀이 우승컵 한 번 들어봐야죠. 선수들끼리도 똘똘 뭉쳐 있으니 한 번 지켜봐주세요.”
늘 조용한 성격이지만 각오를 밝히는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