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이유는 경기 전날 갑작스럽게 날아든 아버지의 부음 소식 때문이었다. 앤더슨은 23일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접하고도 24일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프런트나 코칭스태프의 권유가 아니라 온전히 본인의 의지였다.
앤더슨은 평소에도 말이 없는 편이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며,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서양 스타일이다. 부음 소식을 듣고 프런트나 코칭스태프의 권유에 의해 경기 출전을 강행할 스타일은 아니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팀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는 의지로 대회 출전을 강행했지만, 심리적 충격 탓인지 거의 공황 상태에서 경기를 하는 듯 보였다.
앤더슨의 아버지는 신장암을 앓고 있었다. 23일 오전 신장암 수술 전 혈액 투석을 위한 수술을 먼저 받았고 앤더슨은 수술이 잘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날 밤 9시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프런트에서는 부랴부랴 24일 출국하는 항공권을 섭외했지만 좌석은 이미 동이 난 후였다. 결국 경기 다음날인 25일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좌석을 겨우 구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귀국일정은 아직 정확히 잡히지 않았다. 사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까지 부검 결과가 나오고 나면, 장례절차를 밟은 후 귀국할 예정이다.
때 문에 당분간 현대캐피탈의 전력 누수는 불가피하다. 물론 앤더슨이 다른 팀 외국인 선수 처럼 승리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는 공격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앤더슨은 다른 팀 용병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현대캐피탈에서는 공격과 백업을 겸비한 스타일의 용병을 기용해왔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팀 데이터를 봤을 때는 분명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대캐피탈 관계자의 전언이다.
24일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이 “시즌을 시작할 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앤더슨의 경기력이 계속 좋아져 가는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용병을 교체할 의향이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